
경관 통째로 집어삼킬
대형 시설물 우후죽순
파괴된 자연 복구 불가능
개발·보전은 충돌 마련
보전할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가냐 중요
동해안은 아름다운 해안경관을 자랑한다. 이를 향유하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매년 크게 늘고 있다. 이들을 맞기 위한 관광시설물도 우후죽순이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해안가는 마구잡이로 파헤쳐지고 있다. 지자체는 관광객을 유입시켜 지역에서 지갑을 열게 하기 위한 투자유치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로 동해안 6개 시·군의 해안가는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고층건물이 들어서고 있다. 경관은 차별성 없이 거기서 거기다. 지역의 독특한 정체성(Local Identity)을 찾아볼 수 없다.
해안경관(Coastal Landscape)은 풍경, 경치 등 다양한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 도시경관과 대비되는 자연경관의 한 축으로 동해안 지자체의 핵심적인 관광자원이다. 그동안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됐던 고성군에도 개발바람이 불고 있다. 해안 접근을 통제했던 철조망이 철거되는 등 규제가 완화되면서 투자자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중심에 송지호해변이 있다. 해안경관을 통째로 집어삼킬 만한 대형 시설물이 지난해부터 잇따라 들어서고 있다. 고성의 오션뷰를 감상할 수 있는 르네블루바이워커힐호텔이 2020년 6월 송지호해변에 먼저 들어섰다. 이 호텔은 87개의 객실과 57면의 주차장, 다이닝, 루프탑, 비즈니스센터, 스몰 웨딩이 가능한 연회장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이어 착공하는 시설은 2018년 어촌뉴딜300 사업에 선정된 고성군의 광역 해양관광복합(해중경관)시설이다. 송지호해변과 죽도 일대에 2023년까지 4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해안에서 죽도를 연결하는 해상길 780m 조성, 해상지원시설, 해중 네이비 공원, 복합 레저시설인 지상 4층 규모의 오션에비뉴 등의 시설이 건립된다. 국내 최고의 바닷속 환경을 자랑하고 수도권과 접근성이 우수한 죽도 일대에 수중레저 환경을 조성해 타 지역과 차별화된 동해안 체험관광 거점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고성군은 5월 말까지 모든 행정절차를 마무리하고 7월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대형 민자유치사업인 뽀로로 스카이 테마파크 호텔&리조트 건설도 추진된다. 송지호해변 일대 2만9,000여㎡ 부지에 2023년까지 모두 1,600억원을 투자해 객실 413실을 갖춘 호텔&리조트, 스카이테마파크, 워터파크, 지상 2층 규모의 뽀로로·타요·띠띠뽀 캐릭터 조형건물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밖에도 가족호텔, 해양심층수 테라소테라피 단지 등 송지호해변을 따라 5개 시설이 건립됐거나 건립될 예정이다.
송지호해변이 연이어 들어설 대형 건축물에 가려 시야에서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늦었지만 해안경관과 스카이라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고성군은 2016년 경관형성 조례를 제정했다. 천혜의 자연자원과 청정환경을 더욱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고 보전하는 것이 기본방향이다. 하지만 100㎞에 달하는 해안선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보존·관리할지에 대한 대책은 찾아볼 수 없다. 자본이 고성의 최대 공공재 중 하나인 해안경관을 사유화하는 데 너무 쉽게 길을 열어주는게 아닌지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개발과 보전이라는 가치는 늘 충돌하기 마련이다. 해안경관을 보전할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 5개 읍·면별로 지형, 조망 범위, 시설물의 이격거리에 따른 조망성, 관광객의 해안 접근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설정해야 한다. 개발로 한번 파괴된 자연은 원상복구가 불가능하다. 개발바람이 광풍처럼 몰아치기 전에 동해안 최대 해안선을 자랑하는 고성군의 신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