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유병욱의 정치칼럼]분당갑 간 이광재가 안철수를 잡는다면

친명 견제 속 경쟁력 인정받아 공천 어렵게 확정
현장 활동력 높이면서 지역민들과 공감대 확산
첫 여론조사 결과 나쁘지 않아…빠르게 추격중
안철수 이기면 곧장 민주당 유력 대선주자 부상

유병욱 서울본부장

강원도지사를 지낸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분당갑에 출마하기까지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친명(친이재명) 중심의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막판까지 이 전 총장의 공천을 미루면서 고민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이라고 불리는 김지호 당 대표실 정무부실장이 일찌감치 분당갑 출마를 선언하고 현지에서 뛰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비서관으로 있었고 그래서 이 대표의 복심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당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그 지역에서 활동해 온 김 전 부실장을 쉽게 정리하기가 어려웠다.

다른 하나는 이광재의 잠재력 때문이었다. 당에서 2월 설 연휴 직전과 직후 분당갑에 여론조사를 몇 차례 돌려보니 이 전 총장이 안철수에 2~3%밖에 뒤지지 않았다고 한다. 경쟁력이 있다는 결과였다. 그러나 친명계 일부에서는 오히려 이것을 걱정했다. 이광재가 안철수를 이길 경우 차기 대선을 노리는 이재명 대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이 4일 더불어민주당 분당갑 후보로 출마를 밝히며 지지를 호소했다. /연합뉴스

이 무렵 이 전 총장은 배수진을 쳤다. 출마지역을 당에 맡기고 선당후사(先黨後私)하기로 했던 그였지만, 계속 미뤄지는 공천에 분당갑 출마를 공식화했다. 그래서 SNS에 홍익표 원내대표가 분당갑 출마를 권유했던 사실을 밝히고 그곳에 출마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는 분당갑 출마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당에서 분당 얘기가 나오기 시작한 2월부터 이광재는 지역 현안들을 천착하면서 문제점과 대안들을 명확하게 가지고 있었다.

2월26일 결국 민주당은 이광재의 전략공천을 결정했다. 이 무렵 당은 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 입지자들에 대한 공천 배제 논란으로 어수선한 상황이었다. 이런 와중에 안철수와 해 볼 만하다는 결과가 나온 이광재까지 내치기에는 부담이 너무 컸다. 일각에서는 이 전 총장을 분당갑에 전략공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변호사를 종로에 단수공천 한 것을 두고 친명그룹이 다수의 친문(친 문재인)인사들 내치고 소수이면서 상징성이 있는 친노(친 노무현) 세력을 끌어안는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들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국회 소통관에서 분당갑에 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 권락용, 김지호, 추승우 예비후보가 이광재 후보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정권심판을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어찌 됐건, 어렵게 분당갑 공천을 따낸 이광재는 곧바로 정치적 역량을 발휘했다. 그는 이곳에서 출마를 준비했던 친명 핵심 김지호 전 부실장을 비롯해 민주당 예비후보로 바닥을 누비던 3명의 지지를 이끌어냈다. 또 분당의 현안인 아파트 재건축과 고도제한 완화 등의 문제에 대해 차례로 대안을 내놓았고, 관련 단체들과의 간담회, 협약식 등을 잇달아 가지면서 현지 주민들의 공감을 확산시켰다.

이런 그의 움직임을 두고 주변에서는 이 전 총장이 2004년 태백-영월-평창-정선 국회의원 선거에 나갔을 때만큼 활동폭이 크고 의욕적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초심(初心)이 발동했다는 것이다.

이광재 후보가 지난 5일 성남시고도제한범대위와 고도제한 완전해결을 위한 협약식을 가졌다.

그래서일까. 이광재 출마 이후 처음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그리 나쁘지 않다. 뉴스토마토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달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전국 성인남녀 512명에게 진행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3%P·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ARS 방식·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보면 국민의힘 안철수 49.8%,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40.2% 등으로 나타났다. 적극투표의향층에서는 안철수 49.6% 이광재 43.3%로 오차범위 내였다.

이 당시 여론조사 시점이 민주당 내 공천 논란으로 당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었던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 사람 간의 격차는 더욱 줄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최근 이광재에게 관심을 보이는 지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데다 출향 강원도민들을 중심으로 이광재를 지원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면서 전체적인 분위기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는 것이 캠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오는 10일 오후 3시 열리는 이광재 선거사무소 개소식에도 다수의 도민들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권 ‘최대 격전지‘로 부상한 경기 성남분당갑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힘 후보(왼쪽부터)과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후보, 류호정 개혁신당 후보. 사진=연합뉴스

앞으로 총선까지는 한 달여 정도 남아 있기 때문에 많은 변수가 생길 것이다. 그러나 만약 이 전 총장이 안철수를 꺾는다면 4선 중진을 넘어 단번에 유력 대선주자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공천 과정에서 내상(內傷)을 입은 민주당은 총선 결과에 따라 당내 대권주자들의 입지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고, 8월 전당대회에서도 또 다른 바람이 몰아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래서 여의도에서는 이광재가 승리의 깃발을 들 경우 민주당 내 향후 정치적 변화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분당갑은 지난 2000년 지역구가 생긴 이후 치러진 7차례 총선에서 보수후보가 6번을 차지했던 만큼 민주당의 험지다. 이곳에서 이광재가 안철수를 잡고 새로운 시작을 알릴 수 있을까. 분당갑 유권자들이 이광재의 무한한 미래가치에 얼마나 투자할지 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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