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道 임의경매 급증, 빚투 한계상황 징후 아닌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빌린 돈과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를 위해 부동산을 경매로 넘기는 임의경매가 급증하고 있다. 저금리 시절 무리하게 대출받아 집을 산 뒤 부동산 시장 침체와 고금리를 버티지 못하자 경매에 넘어간 것이라는 분석이다. 빚을 얻어 집을 산 집주인들이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 본격적으로 한계 상황으로 내몰리는 징후가 아닌지 걱정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 부동산(토지, 건물, 집합건물 등) 임의경매 개시결정 등기 신청 건수는 5,545건으로 2022년 4,312건보다 1,233건(28.5%) 불어났다. 집합건물(아파트, 오피스텔, 다세대주택 등)이 1,079건으로 전년(879건)에 비해 15.9% 증가했다. 문제는 올해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임의경매 증가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빚을 얻어 산 집을 경매로 내놓는 경우가 급격히 늘어나면 지역사회 전반에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 현재 도내는 주택 매매시장이 얼어붙어 집을 싸게 팔아 금융 부담을 줄이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다. 아파트 값은 떨어지는데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집을 급매로 내놔도 팔리지 않아 경매로 넘어갈 수밖에 없는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주택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 하우스 푸어의 집들이 계속해서 경매로 나올 공산이 크다. 불황을 한층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으며 역전세의 우려도 높아진다. 경매 낙찰가가 일반 시장 거래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집값 회복의 발목을 잡을 여지도 많아진다. 그만큼 복합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경매 물건 폭증을 해결하지 못하면 지역경제가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서둘러 해법을 마련해야 하는 이유다.

경매 물건 급증은 위험 요인을 무시한 투자가 낳은 결과다. 그런데도 ‘빚투’(빚내서 투자)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다시 고개를 드는 조짐이어서 염려스럽다. 한국은행 총재는 “새해에는 빚 많은 사람의 고통이 무척 클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빚투의 이면에는 성급한 기대감이 자리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이 사실상 금리 인상 중단을 선언하면서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가 빠르게 퍼지고 있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선심 정책 경쟁도 빚투를 부추기는 듯싶다. 하지만 경고가 잇따르고 있음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금융통화 당국도 가계 부채 리스크가 지역경제의 불안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