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돼 지뢰 제거 등의 임무를 수행하고 귀국한 조선인민군 공병부대를 극진히 환영했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3일, 평양 4·25문화회관 광장에서 '제528공병연대'를 위한 환영식이 전날 진행됐다고 전하며, "해외 작전지역에 출병하였던 조선인민군 공병부대 지휘관과 전투원들이 부과된 군사 임무를 완수하고 승리의 개가 드높이 귀국하였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환영식 연설에서 “지난 5월 28일 조직된 연대가 8월 초에 출병, 전우들이 목숨 바쳐 해방한 쿠르스크에서의 공병 전투 임무 수행에서 혁혁한 전과를 이룩했다”고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이어 “몇 년이 걸려도 정복하기 힘든 방대한 위험지대를 불과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안전지대로 전환한 것은 기적”이라며 이들의 공로를 치하했다. 특히, "통신병들과 군의일군들의 헌신적인 투쟁 공적이 이를 뒷받침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비록 9명의 안타까운 희생이 있었지만, 공병연대 지휘관과 병사들이 모두 무사히 돌아와 감사하다”며 “이들의 고귀한 피와 땀, 값비싼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영식은 노동당 전원회의 참석자들과 국방성, 인민군 대연합부대 지휘관, 평양 시민, 파병 부대 가족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으며,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 노광철 국방상, 리영길 총참모장, 김광혁 공군사령관, 박광섭 해군사령관 등 군부 고위 인사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공병연대에 ‘자유독립훈장 제1급’ 수여를 선포했으며, 전사자 9명에게는 ‘공화국영웅’ 칭호와 함께 국기훈장 제1급, 전사의 영예훈장 제1급을 수여했다. 그는 4·25문화회관 중앙홀 '추모의 벽' 전사자들의 초상에 직접 훈장을 달고 헌화하며 묵념했다.

북한 매체는 김 위원장이 휠체어를 탄 부상 병사를 안아주거나 전사자 유가족을 위로하는 사진을 보도하며, 그가 파병 부대를 특별히 배려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쿠르스크 해방 전투에 특수작전부대 전투원들을 보냈던 그때처럼, 또다시 위험한 임무에 공병연대를 파견해야 했던 지난 120일은 하루하루가 십년 같은 시간이었다”고 말하며, 지도자로서의 개인적 고뇌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파병에 따른 내부 여론의 동요를 막기 위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북한은 앞서 지난해 10월,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한 작전에 특수부대를 투입했다. 이어 올해 6월,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의 방북을 계기로 지뢰 제거를 위한 공병 병력 1천명과 인프라 재건을 위한 2개 여단, 약 5천명의 군사 건설 인력을 추가 파병하기로 합의했다.

이 같은 공병 추가 파병 사실은 당시 러시아 측 발표로만 알려졌으며, 북한은 그동안 이에 대해 공식 언급을 자제해왔다. 그러나 이번 귀환 환영식을 통해 파병 시기와 전사자 수 등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공개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장 위험한 전방에서 지뢰 제거 및 폭발물 처리 임무를 수행한 전투공병 일부가 복귀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김 위원장의 “삶과 죽음의 계선”이라는 표현이나 북한 매체의 “지뢰밭도 불비속도 주저없이 뛰어들었다”는 묘사를 언급하며, 이들이 매우 위험한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했음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이번 귀환 행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희생과 공로를 부각하는 배경에는 체제 결속뿐만 아니라, 러시아를 향한 보상 요구의 메시지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홍 연구위원은 “북한은 러시아를 향해 이만큼 희생했음을 반복적으로 강조할 것”이라며, “향후에도 러시아가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압박하는 의도”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