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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주인님 어디 계세요"…강릉 산불 때 위험에 처한 건 사람만이 아니었다

◇경찰 보살핌 받는 주인 잃은 강아지[강릉경찰서 제공]

지난 11일 강릉에서 일어난 대형산불로 총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한 강아지가 구조돼 주인을 찾고 있다.

14일 강릉경찰서에 따르면 산불 현장에서 구조 작업에 나선 경찰관들은 경포동 한 리조트 앞 회전교차로에서 펜스에 묶여 있던 검은색 강아지를 발견했다.

당시 경포 일대는 검은 연기가 자욱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고, 인근 펜션과 점포는 불길에 휩싸여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경찰관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주민들을 대피시키던 중 차량과 연기 등에 놀라 목줄에 묶인 채 발버둥 치는 강아지를 경포치안센터로 데려왔다.

◇경찰에 의해 극적으로 구조된 강아지[강릉경찰서 제공]

화마(火魔)에 놀랐을 강아지에게 물과 간식을 주며 안정을 취하게 한 뒤, 강릉지역 맘카페와 당근마켓, 강릉경찰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인 찾기에 나섰다.

게시글은 누적 조회수 약 6,000회를 기록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나 아쉽게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경찰은 유기견 보호센터인 강릉시동물사랑센터를 통해 2~3살로 추정되는 블랙탄 진도 믹스견임을 확인하고, 이 강아지를 센터에 인계했다.

또 목줄이 있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주인이 있을 것으로 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도 지속해서 수소문 중이다.

◇누군가 일부러 끊어놓은 목줄[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동물자유연대 활동가들이 지난 12일 강릉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아 동물 피해 현황을 조사한 결과, 앞선 사례처럼 경찰이나 소방대원들이 숨 가쁜 상황에서도 반려동물들의 목줄을 풀어 화재 현장에서 도망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덕에 다른 대형산불 때와는 달리 동물 피해가 적었다.

검게 그을리거나 살갗이 벗겨진 채로 경계심을 풀지 못한 동물들이 적잖게 보였던 예전과 달리 유실 동물도 거의 보이지 않았다.

◇주인 잃은 반려견에게 사료 주는 동물자유연대활동가[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송지성 동물자유연대 위기동물대응팀장은 "산불이 나면 대개 줄에 묶인 반려견들이 피해를 보는데, 경찰이나 소방관분들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목줄을 다 제거해 줘서 예상외로 동물 피해가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동물자유연대는 다만 산불 당일 목줄에 묶인 채 꼬리를 다리 사이로 숨기며 떠는 개들이나 가까스로 불은 피했으나 목줄을 길게 늘어뜨린 채 우왕좌왕하며 헤매던 개를 봤다는 주민 목격담을 토대로 추가 피해를 확인하고자 마을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반려동물 피해는 탈출하다가 차에 치여 죽은 반려견 1마리, 줄에 묶인 채 숨진 반려견 2마리로 파악됐다.

사육장에 갇혀 지내는 닭이나 오골계, 염소 등 축산동물들도 불을 피하지 못해 숨진 채 발견됐다.

여기에 이번 산불로 목숨을 잃은 80대 주민의 반려견이 다리를 절뚝거리는 모습으로 발견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산불피해지에서 발견된 검게 그을린 토끼[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주인을 잃은 반려동물들은 강릉시 동물보호소로 옮겨져 보살핌을 받고 있다.

동물명예보호감시원들과 지역 동물협회 관계자들이 유실 동물을 발견해 보호소에 신고하면, 보호소는 동물을 넘겨받아 보호하다가 주인에게 돌려보내고 있다.

보호소는 현재까지 반려견 9마리, 반려묘 1마리 등 10마리를 보호했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주인을 찾았고, 나머지 반려동물도 "찾으러 가겠다"는 의사를 밝혀온 주인들이 있어 곧 주인의 품으로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보호소 관계자는 "입가에 조금 상처를 입거나 털이 그을린 아이가 있었으나 보통은 건강한 상태로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동물자유연대 송지성 팀장은 "이재민들이 대피소로 이동할 때 반려동물을 집에 두고 와야 하는 아픈 현실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데리고 있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며 "반려인과 비반려인 간 갈등이 있을 수 있어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려동물이 머문 보금자리[동물자유연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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