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요지는 ‘여행 도중에 우연히 교통사고를 목격하게 됐고,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얻도록 해 준 적이 있었는데 그 일로 여행지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한참 지나 갑자기 법원으로부터 증인소환장이 와서 깜짝 놀라 법원에 알아보니 그때 그 교통사고로 인한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으니 출석하라'는 말을 들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리도 먼 그 법원에 꼭 가야 하는지, 출석하지 않고 해결할 방법이 없냐는 것을 묻고 싶은 것이었습니다. 저는 꼭 출석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친구는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고 한 행동이었는데,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 이유를 알겠다”는 하소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뜻하지 않게 법원으로부터‘증인으로 채택됐으니 출석하라'는 소환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소환장을 받았으면 꼭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과연 그럴까요?
‘영상재판'과 관련된 법 조항은 민사, 형사 모든 절차에 규정돼 있지만, 그 제정 시기와 내용은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민사소송법에서는 제327조의 2(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2016. 3. 29. 신설]에, 형사소송법에서는 제165조의 2(비디오 등 중계장치에 의한 증인신문) [2007. 6. 1. 신설]에 규정돼 있습니다. 처음에는 증인신문 절차와 관련하여 제정했지만, 실무적으로는 거의 이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법원의 많은 재판이 지연되는 사태가 발생했고 영상재판의 필요성도 부각됐습니다. 마침 우리나라의 전자통신·인터넷 분야의 획기적인 발전으로 재판관계인이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비대면 방식으로 각종 재판절차를 진행하는 것이 가능한 여건이 조성된 것도 큰 몫을 했으며, 그 결과 영상재판과 관련된 법 규정이 최근(2021. 8. 17.) 대폭 개정됐습니다.
개정된 내용의 요지를 보면 민사소송법은 변론준비기일 또는 심문기일, 변론기일을 비디오 등 중계장치 등에 의하여 진행할 수 있도록 신설하였고(제287조의 2), 형사소송법에서는 증인신문의 경우 영상재판이 가능한 경우를 기존에는 ‘피고인 등과 대면하여 진술하면 심리적인 부담으로 정신의 평온을 현저하게 잃을 우려가 있는 경우'로 한정했지만, 민사소송법과 같이 ‘멀리 떨어진 곳 또는 교통 불편 등의 사정으로 법정에 직접 출석하기 어려운 경우(제165조의 2 제2항)'까지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공판준비기일을 영상재판으로 진행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제266조의 17)됐습니다. 따라서 처음에 말한 친구의 경우, 만약 지금 그와 같은 상황이라면 영상재판으로 증인신문을 받겠다고 신청해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법 규정상 검사와 피고인 또는 변호인의 의견을 들어 법원이 결정하지만 말입니다.
코로나19로 그 필요성이 크게 부각돼 개정, 신설되는 영상재판 관련 규정은 아마도 많은 사람이 이용할 수 있는 재판에서의 실질적인 변화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뀐 절차가 보다 많은 사건관계인이 편하게 이용해 국민들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사법접근성 확대에 크게 이바지하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