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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서운함과 아쉬움의 차이

김성일 전 강릉원주대 교수

우리는 일상적으로 스트레스를 자주 느끼지만 가족과 같은 가까운 관계에서 겪는 경우에는 특히 고통스럽고 견디기 어렵다. 그들에게 화가 나고 우울해지기도 하지만 주로 서운함을 느낀다. 그러나 이와 같은 서운한 느낌이 오해나 착오에 의한 것일 수도 있다.

서운함과 대비되는 것으로 아쉬움이라는 정서가 있다. 비슷한 상황에서 생길 수 있지만 두 정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두 가지 다 무엇인가 원하는 일이 이뤄지지 않았을 때 느낄 수 있는 감정이지만 서운함은 다른 감정으로 연결돼 지속되는 면이 있고, 아쉬움은 그 감정으로 끝이 난다. 서운함은 원망을 가져오고 원망은 화를 동반한다. 화가 해소되지 못하고 자신에게 향하면 우울해진다. 그 반면에 아쉬움은 그대로 멈추게 된다. 아쉽지만 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감정을 정리하는 것이다. 우리가 복권을 기대하면서 구입하지만 당첨되지 않으면 그저 아쉬워할 뿐 서운해하지는 않으며 그 상황을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돌아간다.

서운함을 느낄 때는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여성이 생일에 남자친구가 선물을 사주지 않으면 당연히 서운하고 화도 날 것이다. 그러나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는 경우에는 생일선물을 받지 못해도 서운하기보다는 그저 아쉬워할 것이다.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운함의 저변에는 자신의 행동을 현재의 상황에 연관시켜 생각하는 마음이 있다. 자신이 상대방에게 기울인 관심에 대한 보답을 연상하는 것이다. 서운함에는 자신이 항상 희생하고 무시당한다는 사고가 작용한다. 그러나 아쉬움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방이나 상황에 국한된 것이다. 친구가 자신을 보고도 모른 척하고 지나갈 때 무시당한 것으로 서운해할 수 있으나 바쁜 일이 있거나 못 본 것으로 여기고 아쉬워할 수도 있다. 매사를 자신과 연관시켜 생각하는 것은 흑백논리나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어떤 상황을 상대적이고 객관적이 아니라 이분법적으로 보는 것이다. 모든 행동을 좋거나 나쁜 것으로 극단적으로 구분할 수는 없다. 상황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데도 일부를 마치 전체인 것으로 판단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존감이 낮으면 서운함이 유발되기도 한다. 부모는 생일에 어린 자녀로부터 선물을 받지 못하면 아쉬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서운해 하고 화를 내지는 않는다. 그러나 연로한 아버지의 생일에 중년의 아들이 선물은커녕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한다면 서운함을 느끼고 화를 내거나 우울해 할 수 있다. 스스로 자존감이 있고 유능하다고 느낄 때는 서운함보다는 아쉬움을 잘 느끼고 무력하고 자존감이 저하된 상태에서는 아쉬움보다는 서운함을 더 잘 느끼게 된다.

지금 이 순간에 누군가에게 서운함을 느낀다면 너무 큰 기대를 하거나 상황을 지나치게 흑백논리로 보고 있거나 자신의 자존심과 연결시키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숙고해 볼 필요가 있다. 항상 자신을 우선하기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이나 상황도 고려해 본다면 아쉬움은 남을지라도 서운함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속상해 하는 경우는 크게 감소하고 마음도 훨씬 평온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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