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릉 산불 1년] “마음의 상처 아물지 않았는데…” 심리 지원은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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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完) 트라우마 여전

이재민 정신건강 위험군 발굴 미흡
불안·우울·분노 등에 정신과 치료도
전문가 “심리 지원 장기적 추진 필요”

◇강릉 산불로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이재민. 사진=신하림기자

강릉 산불로 펜션이 전소된 A(78)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임시조립주택에는 항우울제 수개월치 분량이 쌓여 있다. A씨의 아내는 “우울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산불 발생 직후 상담도 받지 않았는데 점점 심해져 몸도 가누기 힘들어졌다”며 “병원에서 ‘울화’가 원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의 상당액도 치료비로 썼다.

강릉 산불 이재민, 주민들의 트라우마가 여전하지만 심리 지원 체계는 크게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8일 강원특별자치도와 강릉시에 따르면 이재민 정신건강 고위험군을 추가로 발굴하기 위한 이동 상담은 지난해 6월 이후로 중단됐다. 두 지자체와 강원자치도교육청 소속 4개 기관은 지난해 산불 직후 약 10일간 모두 428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강릉정신건강복지센터가 지난해 6월까지 287건을 상담했다. 현재는 고위험군 사례 관리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 나중에 트라우마 증상이 심해진 이재민들에 대한 상담은 사각지대로 남았다.

고령층뿐만 아니라 아동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B(여·44)씨는 초등학교 1학년, 5학년생인 두 자녀에 대한 걱정이 크다. B씨는 “인형을 좋아했던 작은 아이가 ‘하늘 나라에 가면 인형을 볼 수 있느냐’고 하거나 감정 기복이 심해지고 예민해졌다”며 “큰 아이는 갑상선 질환이 심해지고 의욕을 잃은 모습이어서 속상하다”고 말했다. B씨도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

사방사업 지연도 이재민들에게는 또다른 불안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임시조립주택에 홀로 거주 중인 C(여·84)씨는 “땅 소유주와 의견이 맞지 않아 사업이 늦어지고 있는데 곧 다가오는 장마철에 흙이 무너질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재산 피해가 없는 주민들도 “바람만 불면 불안하다”거나 “숲이 사라져 마음이 아프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트라우마 전문가인 조용래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는 “트라우마 증상이 늦게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고위험군 발굴은 지속돼야 하고 정신과 치료뿐만 아니라 심리 상담도 병행돼야 한다”며 “지역사회의 관심이 이재민들의 트라우마 극복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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