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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떠난 자리 수현이가 채웠다”…매일 현장체험학습 쓰고 향한 ‘이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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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강원 같이돌봄]②15살, 수현이의 꿈
강원일보·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가족돌봄아동 캠페인 진행

◇코에 종양이 발견 돼 입원한 누나를 돌보는 수현이의 모습. 사진=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제공.

수현(가명·남·15) 이는 등교 후, 현장체험학습 신청서를 쓰고 매일같이 병원으로 향한다. 코에 종양이 발견된 누나를 간호하기 위해서다. 의료진들에 따르면 누나의 입원 기간 동안 병원을 찾은 건 수현이가 유일했다. 묵묵히 누나를 돌보는 수현이의 손길은 어딘지 모르게 능숙하기 까지 했다.

“다행히 시험기간이라 진도는 다 나가서 병원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아빠, 엄마, 형이 올 수 없으니 당연히 제가 보호자가 돼야죠”

바깥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수현이는 집으로 향했다. 집 문을 열자 수현이의 눈앞에는 또 다른 병실이 펼쳐졌다. 움직이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있는 아빠와 가만히 앉아있는 엄마의 모습에 수현이는 분주히 팔을 걷어붙였다. 희귀 난치성 질환인 모야모야병을 투병 중인 수현이의 엄마는 왼쪽 마비로 가사 활동이 불가능했다. 수현이의 아빠는 갑작스레 찾아온 뇌출혈로 온종일을 침대에 누워 보내고 있다. 그렇게 수현이는 대학교에 입학하면서 독립한 형의 자리를 대신하게 됐다.

◇수현이네 집 풍경. 사진=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제공.

엄마를 도와 저녁을 차린 뒤 수현이는 쉬지 않고 곧장 아빠를 등에 업고 화장실로 향한다. 아빠를 씻기고 나서야 마침내 수현이에게 휴식이 찾아왔다. 자신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족 탓에 수현이는 주말에도 친구들과 약속을 잡지 않고 집을 지키는 편이다. 자신이 없는 시간에 엄마, 아빠가 무리해서 움직이다 쓰러질까 걱정돼 서다.

“그냥 나밖에는 도와드릴 사람이 없잖아요. 집에 있는 게 마음이 편해요”

그런 수현이에게 유일한 즐거움은 중학교 밴드부에서 베이스 기타를 연주할 때다. 하지만 어려운 가정형편 탓에 수현이는 혼자서 자신의 꿈을 간직하고만 있다. 이근홍 초록우산 강원지역본부 나눔사업 담당자는 “어린이날을 앞둔 가족돌봄아동은 설렘보다 걱정이 더 앞선다. 이날만큼은 따뜻하게 보낼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후원문의는 (033)762-9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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