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강릉 산불 1년] “고금리·건축비 급등에 복구 엄두도 못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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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피해 강릉 안현동 일대 빈 땅 많아
고령층 이재민들 수억 대출 받기 부담
“정부·지자체 더 적극적인 지원책 필요”

◇6일 강릉 안현동 펜션 단지 일대. 산불 피해 이후 복구가 이뤄지지 않아 빈 땅이 많았다. 사진=류호준기자

6일 오후 강릉 안현동 일대 곳곳은 진흙밭이었다. 1년 전 산불로 전소된 펜션들이 복구되지 않아 빈 땅은 많았고 임시조립주택만 드문드문 보였다. 복구 공사가 시작된 펜션도 있었지만 이재민인 업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4년간 운영하던 펜션이 불에 탄 신모(59)씨는 은행에서 6억원을 빌려 복구를 시작했다. 금리가 6~7%여서 압박감은 말할 수 없이 컸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신씨는 “재난지원금, 성금 등으로 2억원 가까이 받았지만 펜션을 새로 짓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60대 이상 고령인 펜션 업주들은 대출 비용 부담 때문에 복구는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고 말했다.

주택 피해 이재민들도 어려움을 겪기는 마찬가지였다. 고금리뿐만 아니라 건축비까지 급등했기 때문이다. 전원주택이 전소되고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최모(44·강릉 저동)씨는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있지만 비용 부담 때문에 언제 다시 집을 지을지 기약이 없는 상황이었다. 노모를 모시고 임시조립주택에 거주 중인 박모(62)씨는 “건축비가 평당 800만원으로 수년 전에 비해 배로 올랐다. 대출을 수 억원씩 받아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이라며 “대출을 받더라도 갚을 수 있을지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강릉 산불로 주택이 불에 탄 이재민 112세대가 복구비 마련을 위해 농촌주택개량사업에 신청했을 경우, 대출 한도액 3억원까지 1.5% 금리로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올 1월까지 35명 정도 신청했다. 전체 이재민 274세대 중 ‘60대 이상’이 49%에 달할 정도로 고령층이 많아 수 억원의 대출을 받는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강릉 산불 피해 소상공인들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으로 최대 3억원의 대출을 지원했고 이자(1.5%)는 전액 강원특별자치도와 강릉시가 지원했다. 하지만 펜션 복구 비용은 10억원 가까이 드는 실정이다.

최양훈 강릉산불비상대책위원장은 “산불 발생 이전에도 빚을 지고 있던 이재민들이 많아 복구 시작도 어려운 사례가 많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더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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