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폐광지 고용위기지역 지정, 지역 특수성 반영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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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 증가 등 4가지 기준
태백·삼척 충족 못 해 ... 고용지표 불합리”
정성 평가로 국가균형발전 차원 접근을

폐광지 고용위기지역 지정에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돼야 한다. 석탄산업합리화 정책 이후 폐광지는 수십년간 고사 직전까지 내몰렸음에도 고용위기지역 지정 여부는 고작 1년간의 고용 변화를 지표로 삼아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올 6월 폐광을 앞둔 태백은 고용위기지역 지정을 위한 4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하지 못한다. 현행법상 직전 1년간 구직급여 신규 신청자 수가 20% 이상 증가해야 한다는 기준이 있다. 문제는 태백의 구직급여 신청자 증가율이 7.2%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1년간 고용보험 평균 피보험자 수가 5% 이상 감소한 경우에도 지정 가능한데 태백의 감소율은 3.62%로 기준에 못 미친다. 1년간 피보험자 증감률, 3년 전 대비 피보험자 증가 등도 기준을 채우지 못한다. 내년 6월 폐광하는 삼척 역시 4개 기준을 모두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백과 삼척지역은 완전 폐광 시 9조원 이상의 피해와 대량 실업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가 실시한 ‘탄광지역 폐광 대응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태백의 피해 규모는 3조3,000억원, 삼척의 경우 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삼척 도계읍에 가장 많은 5조3,000억원의 피해가 집중되고 태백 장성동의 피해도 2조5,000억원에 다다를 것으로 보인다. 태백 지역내총생산(GRDP)의 13.6%, 삼척은 9.6%가 증발하는 셈이다. 특히 태백시는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1995년까지 42개 탄광이 폐광됐다. 이러한 급격한 폐광은 11만5,000명의 인구가 2023년 5월 기준 3만8,000여명으로 떨어지는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주민들의 투쟁의 결실로 얻어낸 ‘폐광지역지원에관한특별법’ 제정으로 강원랜드가 설립됐지만 여전히 반쪽짜리 성공에 그치고 있고 대체산업 조성 부재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일도양단식의 1년간 고용 변화 지표로 고용위기지역을 지정하면 폐광지 주민의 생활을 더 없이 어렵게 만든다. 이런 기준은 주민의 기본권과 역사적인 국가발전의 기여를 무시하는 처사다. 폐광지역 고용위기지역 지정에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준에 미달하더라도 ‘대규모 고용조정 발생 시’ 정성 평가를 거쳐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조항도 있다. 이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정부는 지속적인 에너지 조정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폐광지역의 현 실태를 냉정하게 진단하고 지난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대한 부작용과 그간 추진해 온 사업에 대한 성과 분석을 먼저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폐광의 아픔을 씻을 수 있는 정부 중심의 대체산업 비전 제시가 선행돼야 한다. 폐광은 시간적인 문제와 경제 논리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국가균형발전과 폐광 이후 주민들의 정주기반 마련 등 지역환경 개선 문제로 접근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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