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신호등]솔올미술관을 향한 염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류호준 강릉주재 기자

“미술관은 일반적인 건축물이 아닙니다. 건물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강릉 솔올미술관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네요”

얼마 전 지역 미술계 관계자에게서 들은 얘기다. 지난달 14일 개관한 강릉의 새로운 공공미술관인 '솔올미술관'을 다녀온 그는 실망감을 표시했다. 특히 솔올미술관이 일반적인 건물이 아닌, ‘미술관’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미술관은 내부에서 진행되는 전시도 중요하지만, 건물 자체가 하나의 미술 작품이기 때문에 보다 건물 마감 등에 있어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관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보다 완성도 높은 건축물을 보여줬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

실제 최근 방문해 본 솔올미술관은 개관 한 달이 돼가지만 조경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어수선했고, 외부 페인트칠은 얼마 전 내린 폭설에 일부가 벗겨져 회색 콘크리트가 노출되기도 했다. 건물 내부 역시 곳곳에 용접 자국이 선명하고, 장치 장식물 포장재가 뜯어져 있지 않는 등 전반적으로 아직은 손님 맞을 준비가 돼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건물의 임시 사용 기간이고, 개관 초반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남는 건 사실이다.

솔올미술관은 '백색 건축'의 거장 리처드 마이어가 이끄는 마이어 파트너스가 설계했다고 해 개관 당시부터 미술계와 건축계 모두 큰 관심을 받았다. 개관 이후 현재까지 1만2,000여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으며 지난 3·1절 연휴에는 하루에만 3,000여 명이 다녀갔다.

리처드 마이어는 현역에서 은퇴했기 때문에 설계에 직접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흰색으로 꾸며진 건물 내외부와 직선이 강조된 디자인 등 미술관 곳곳에 그의 건축 철학이 투영돼 있다. 하지만 미술관에서 쉽게 발견되는 용접 자국과 페인트칠이 벗겨진 콘크리트는 솔올미술관이 그의 철학인 '백색 미학'을 바탕으로 지어진 건물이란 점을 무색하게 했다.

또 솔올미술관의 미래에 대해서도 벌써부터 '잿빛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인근에 아파트를 짓고 있는 교동파크홀딩스(시행사)가 아파트와 함께 미술관 및 공원을 조성한 후 이를 올해 하반기 시에 기부채납하기로 했는데, 시행사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은 오는 8월까지만 이곳을 운영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이때부터는 시에서 미술관을 운영해야 한다.

시에서도 내년부터 이곳을 시립미술관 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목표로, 오는 7월부터 본격적인 준비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부실하고,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개관전인 폰타나 개인전과 비슷한 수준의 전시를 위해서는 2~3년간의 긴 준비기간을 갖고 추진해야 하는데 이런 부분에서 준비가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한국근현대미술연구재단의 운영이 종료되는 9월부터는 '개점 휴업' 상태가 될 수도 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우려도 큰 법이다. 솔올미술관이 산적한 과제들을 해결하고 강릉시를 대표하는, 나아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솔올미술관을 향한 염려가 기우에 그치길 바란다.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피플 & 피플

이코노미 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