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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한반도 위기와 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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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세중 외교부 본부대사

2024년 벽두부터 한반도의 상황이 예사롭지 않다. 북한 김정은의 도발 행각으로 인해 탈냉전의 평화무드가 파탄을 고하고 냉전기의 전운이 다시금 짙게 드리워졌다.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북중러와 한미일 간 진영 대립 양상이 더해져 한반도는 전환기적 위기를 맞고 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교전국 관계라고 선언하더니, 1월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민족역사에서 통일, 화해, 동족이라는 개념을 제거해 버려야 한다”고 천명했다. 김정은은 이에 더해 대한민국을 주적으로 간주하면서 순항미사일 발사 등 전략 전술무기를 고도화하면서 전쟁 분위기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정은이 왜 이러한 무모한 행동을 보이는지에 대해서는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는 북한의 내부로부터 터져 나오고 있는 위기감이다. 북한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북한의 배급체제는 완전히 붕괴되고 인민의 생활전선은 물론 체제를 떠받치는 엘리트에 대한 지원까지 어렵게 되었다. 고위 엘리트의 이반 움직임이 위험 수준에 처하자 정권 안정을 위해 대내외 긴장을 조성하여 내부의 불만을 억누를 필요가 있다. 둘째는 2019년 하노이 회의 결렬 이후 제재 해제를 통한 경제 살리기가 실패하자 분풀이 대상이 필요했다. 체제 실패의 책임을 선대의 대남정책과 대남기구에 전가하고 대남 협력기구를 해체했다. 셋째는 러-우크라 전쟁 계기로 러시아의 편에 서서 필요한 군사기술을 확보하고 북중러 진영논리에 기대어 난국을 타개해 보겠다는 의지의 발로이다.

북한은 그간 고난의 행군을 비롯한 중대한 고비마다 대중러 관계와 대미관계의 틈바귀에서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면서 극한 생존을 모색해 왔다. 핵무기를 내려놓으면 인민의 삶을 개선시킬 경제 번영은 보장됨에도 불구하고 핵 선제 사용을 법제화하고 핵무기 고도화, 소형화, 다양화에 집착하면서 민생경제는 거덜 났다. 그럼에도 꼭 쥐고 있는 양날의 보검이 있다. 그것은 곧 죽어도 자신들만의 역량으로 상황을 주도하겠다는 주체사상 원칙이다. 김씨 일가의 어설픈 주체의식은 북한 경제를 더욱 중국에 예속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럼에도 김정은은 차제에 주체원칙에 의지하여 통일과 화해를 지향하던 동족관계를 파탄 내고 반민족, 반통일, 반역사적인 노선으로 들어갈 태세다.

이러한 북한의 급격한 정책 노선 변화에 우리로서는 즉각적으로 반응하기보다는 냉정하게 현실을 진단하고 대응할 필요가 있다. 우선 대한민국은 헌법에 규정된 영토조항과 통일조항의 토대 위에서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하의 통일정책을 견지해 가면서 남북관계와 한반도 상황을 주도해 가야 한다. 한 치의 흔들림 없는 안보의식하에서 북한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도록 국지도발에 대비하고 핵 억제력 실행력 제고를 위한 구체 협력 방안 조율 등 전략자산 역량 강화에 힘써야 한다. 둘째는 한미와 한미일 협력을 공고히 하면서 대중 및 대러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치지 않도록 신중하게 상황 관리를 해야 한다. 셋째는 성공적인 탈북민을 육성, 북한 주민이 따르고 싶은 본보기를 만들어 내고 우리 사회 내부의 포용력과 통합력을 확충해 가야 한다. 현재 우리 사회의 사회 갈등과 통합 노력은 향후 통일된 사회의 미래 모습을 반영한 거울이기 때문이다. 리듬을 잃어버린 북한의 칼춤에 과잉대응하거나 서두를 필요가 없다. 역사와 시간은 우리 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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