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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포럼]새는 둥지가 있어야 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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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문순 화천군수

약 2,000년 전 맹자의 어머니가 자식교육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다닌 맹모삼천지교 이야기는 환경이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공동묘지와 시장주변을 거쳐 마지막으로 정착한 서당은 맹모가 선택한 최고의 환경이었다. 사람들은 ‘서당’에 집중하지만 정작 서당 옆에 맹모가 터를 잡았던 ‘집’에는 그다지 주목하지 않는다.

국토연구원이 새해 내놓은 저출산 관련 연구에 따르면, 출산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가 첫째 아이는 집값, 둘째 아이는 사교육비인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의 지난해 말 퇴직연금 통계 역시 2022년 직장인 80%가 주거비 마련을 위해 퇴직연금을 중도 해지하는 현상을 보여준다. 노후 대비보다 지금 당장 거주할 집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의 방증이다. 그만큼 집은 현대 우리의 삶에 중요한 기반이다.

화천에는 머물러 살 만한 집이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화천으로 전입을 희망하는 사람들, 군복무 후 화천에 정착하고 싶은 군인가족에게 집은 정착을 위한 선결조건이다. 이에 따라 민선 6~7기 화천군정의 목표가 ‘서당’, 즉 최고의 교육 지원과 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민선 8기의 정책 우선순위는 ‘집’에 맞췄다. 우리 군은 인구 소멸과 저출산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기존 공공산후조리원 등 보육 지원과 학령별 교육 지원은 확대하고, 주거환경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구체적으로 통합공공임대주택, 마을정비형 공공임대주택, 산천어 행복타운, 고령자 복지주택, 스마트 복합쉼터 등 공공주택 337호, 민간주택 326호, 택지개발을 통해 80호를 공급하고, 주택 구입 융자금 이자 일부 지원, 청년과 신혼부부 임대주택 주거비 대폭 지원에 나설 참이다. 국방부와도 협력해 4,000세대 이상의 군인 아파트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다.

이미 화천군은 2014년부터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를 최우선 정책 목표로 삼아 왔다. 이에 따라 미취학 아동은 어린이 도서관에서 책과 친해지고, 초등학생들은 강남 학원 못지않은 외국어 아카데미에서 언어를 배운다. 중고교생들은 화천학습관에서 방과 후에 학업을 지도받고, 무료 배낭여행과 어학연수를 떠나 세계를 가슴에 담아 돌아온다.

대학생이 되면 국립이나 사립 관계없이 모든 학기 등록금 실납입액 100%, 매월 최대 50만원의 거주비를 받는다. 세계 100대 대학 유학비가 지원되며, 2월 말부터는 초등 온종일 돌봄 거점인 화천커뮤니티센터가 개관한다. 2~3년 안에는 사내면에 이와 같은 기능을 할 사내커뮤니티센터가 문을 열게 된다. 이제 ‘서당’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다행히 2019년 이후 지역 중학교 졸업생보다 지역 고교 입학생 수가 더 많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자녀들의 더 나은 교육환경을 위해 화천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이 시대의 맹모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의미다. 화천군의 2022년 합계 출산율은 1.40명으로 지난해 1.20명에서 늘었다. 이는 전국 평균인 0.78명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더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집이다.

새는 주변에 먹이가 많아도 둥지가 없으면 알을 낳아 품지 않는다. 화천이라는 최고의 ‘서당’을 찾는 이 시대의 맹모들에게 아이 낳아 잘 기를 수 있는, 그런 ‘살 만한 집’을 꼭 선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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