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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제복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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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효과’라는 것이 있다. 입고있는 옷에 따라 때로는 착한 사람이 되기도, 때로는 못된 사람이 되기도 하는 등 행동이나 심리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말한다. 제복효과는 미국의 심리학자 존슨과 다우닝이 1979년에 실시한 어떤 실험에서 기인한다. 그들은 여학생 60여명에게 각각 쿠 클럭스 클랜(KKK)으로 불리는 백인우월주의 단체 복장과 간호사 유니폼을 입히고 실험에 참여하게 했다. ▼실험 내용은 간단했다. 어떤 사람에게 문제를 내서 틀리면 실험에 참여한 여학생이 6단계로 구분된 버튼 중 하나를 눌러 전기 쇼크를 주는 것이 전부였다. 하지만 실험 결과는 흥미로웠다. 같은 흰옷이지만 간호사 제복을 입은 여학생은 상대편에게 적은 전기 쇼크가 전달되는 버튼을 눌렀고, KKK 복장을 한 여학생은 강한 전기 쇼크를 주는 버튼을 누른 것이다. ▼제복은 조직 구성원 사이에 동질감이 생기게 하거나, 생산성을 높이는가 하면 비용 절감 등 긍정적인 면이 부각되기도 하지만 특정 제복을 입는 것만으로 생겨나는 선입견이나 편향(偏向)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에서 팬암 조종사 제복이 주는 높은 신용을 이용해 사기를 치는 장면이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 ‘더 캡틴’에서 탈영병 헤롤트가 나치 간부의 군복을 입고 가짜 대위 행세를 하면서 점차 괴물로 변해가는 모습이 잘 설명해 준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한다. 어떤 직위에 오르면 그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는 말이다. 또는 그 자리에 올랐으면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기대치에 대한 표현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제복 혹은 자리만을 보고 우리는 그곳에 머무는 이들에게 적합한 행동 양식, 피드백을 바란다. 그래서 그에 걸맞은 믿음과 권위를 부여하곤 한다.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신뢰는 금세 철회된다. 그리고 비슷한 제복을 입고 있는 이들에 대한 불신으로 번진다. 정치인이라는 제복이 그렇다. 해결 능력이 없다고 판단된다면 어울리지 않는 제복은 당장이라도 벗겨 내야 한다. 그게 바로 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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