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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짜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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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학교 졸업식날 어머니는 고사리 같은 아들의 손을 잡고 읍내 중국집으로 데려가 짜장면을 사 주셨다. 처음 보는 짜장면이 낯설어 어떻게 먹어야 할지 망설이는 아들을 보며 어머니는 나무젓가락을 쪼개 흰 면발과 까무잡잡한 소스를 휘휘 섞은 짜장면 그릇을 내미셨다. 달짝지근한 짜장면을 처음 맛본 아들은 입주변이 소스로 얼룩져 있는지도 모른 채 짜장면 그릇에 코를 박고 게 눈 감추듯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 후 어머니는 읍내 장터에 갈 때마다 중국집에 들르자고 졸라 대는 아들을 달래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겼다. ▼나의 어린 시절 짜장면에 대한 추억이다. “짜장면을 안 먹어 본 사람은 대한민국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우리나라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서민들의 대표 외식 음식 중 하나다. 많은 서민이 짜장면에 대한 추억을 하나씩 갖고 있다. 1970~1980년대를 살아온 세대는 GOD의 ‘어머님께’에 나오는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랫말을 들으면 가슴 한편에 먹먹함을 느끼기도 한다. ▼짜장면은 1890년대 인천에 들어온 중국 상인들이 중국에서 들어온 일꾼들에게 춘장에 수타면을 비벼 즉석에서 간편하게 만들어 준 ‘작장면’이 원조라고 한다. 느끼함과 짠맛을 줄이고 캐러멜 소스로 단맛을 더해 재탄생한 것이 지금의 짜장면이 됐다는 것이다. ‘간짜장’, ‘사천짜장’, ‘삼선짜장’, ‘유니짜장’, ‘쟁반짜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하지만 요즘 짜장면의 반란이 시작됐다. 한국소비자원의 참가격에 따르면 2014년 말 4,222원이던 강원특별자치도의 짜장면 1인분 평균 가격은 2019년 말 5,000원을 찍은 데 이어 2023년 말에는 6,722원까지 올랐다. 10년도 안 돼 2,500원, 60%나 급등했다. 중국집 메뉴판에는 8,000원에서 1만원을 넘는 가격대의 짜장면도 쉽게 볼 수 있다. 이렇게 가다가는 짜장면이 부담 없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서민들의 대표 외식 메뉴에서 제외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라는 노랫말이 재현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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