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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생존 위협 영세 기업 지원 대책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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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중소기업계가 줄기차게 호소해 온 중대재해처벌법의 확대 적용 유예에 대한 여야 합의가 불발되면서 지난 27일부터 상시 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은 업종과 관계없이 법 적용을 받게 됐다. 강원지역의 종사자 50인 이상 사업장은 1,199개이지만, 5인 이상으로 범위를 넓히면 2만2,013개에 달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이 18배 증가하며, 식당 등 골목 상권도 영향을 받게 된다.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강원지역에서 발생한 중대 산재는 30건이었지만, 앞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시되면 사고 발생 시 사업주 등은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내게 된다. 이는 5인 이상 동네 마트, 식당, 치킨집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난 2년의 유예기간이 주어졌다지만 경기 불황으로 진 빚을 갚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법으로 노동자들의 보호가 강화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오히려 취약계층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자칫 일터에서 쓰러질 수 있는 고령자나 기저질환자 등의 채용이 꺼려지고 그동안 다소 관대했던 근로자들의 산업재해 인정도 까다로워질 수 있다. 산업재해로 인정되면 책임자의 형사 처벌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유럽 의회에서는 주요 법을 만들 때 ‘사전 입법평가’를 한다. 법 제정으로 과연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가 등을 사전에 꼼꼼하게 점검한다. 물론 ‘사후 입법평가’도 한다. 미국은 상·하원에 변호사 출신인 입법 전문가를 각각 50여명씩 두고 법의 실효성, 위헌 여부 등 법률적인 문제가 없는지 집중 따진다. 우리는 명분만 좋으면 공장에서 빵 구워내듯 효과 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법을 통과시킨다. 비록 좋은 의도의 법이라고 하더라도 현실과 동떨어진 법은 국민을 더 어렵게 만든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실시에 따른 영세 업체들의 준비가 돼 있느냐다. 영세 사업장 업주가 처벌받으면 폐업 위기에 내몰리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을 우려가 크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초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특히 도내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과연 산재에 얼마나 민감하게 대비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하지만 산업 현장에서의 억울한 죽음은 없어야 한다. 따라서 산업 현장에서는 안전관리 시스템 구축 등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 또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교육에 대한 정부나 자치단체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 출근한 노동자가 안전하게 귀가하는 작업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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