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다문화사회 단상(斷想)

미국의 교육학자 네이선 글레이저는 그의 저서 ‘우리는 이제 모두 다문화인이다’를 통해 일찍이 이민의 문호를 개방하면서 다문화사회를 표방해 온 미국에서조차 그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교육의 측면에서 세밀하게 조망했다. ▼그의 주장 가운데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다문화교육의 대상은 이민자들이 아니라 바로 사회 구성원 모두라는 것이다. 곧 다문화가족의 구성원을 대상으로 시민권을 부여해 준 수용국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것을 요구하는 교육 못지않게,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이민자 집단을 진정한 사회구성원으로 ‘인정’하는 동시에 근거 없는 편견과 불합리한 차별 없이 유연하게 소통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필수적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문화의 의미를 이해하고 타 문화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대상은 바로 ‘우리’임을 환기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도내 다문화가정 초·중·고교 학생 수는 5,073명으로, 5년 전인 2018년(4,123명) 대비 23% 증가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문화학생은 전체 학생 14만5,274명 중 3.5%를 차지했다. 2014년 3,080명으로 전체 학생(18만9,355명) 대비 1.6%였던 것에 비하면 비중이 급증했다. 지역별로 원주 거주 학생이 973명으로 전체 다문화학생의 19.5%였다. ▼다문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꿔야 할 요즘이다. 아직도 결혼 이주가 시작되던 1990년대 초반 당시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선진국의 시행착오나 실패를 답습하고 있는 건 아닌지, 향후 다문화 이슈가 진정 사회 통합의 걸림돌이 됨으로써 고질적인 사회 문제로 부상하는 건 아닌지 열린 가슴으로 점검해 나가야 할 때다. 단일민족 논리에 매몰돼 외국인을 백안시하는 태도로는 ‘글로벌 코리아’로 갈 수 없다. 초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더 많은 이민자 유입은 머지 않아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가 될 것 같다. 다문화가 짐이 아니라 힘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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