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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 ‘쿨 러닝(Cool Running)’

1988년 캘거리 동계올림픽 봅슬레이 경기에 자메이카팀이 참가했다. 자메이카는 눈과 얼음이 없는 열사(熱沙)의 나라다. 동계올림픽에 새까만 피부의 선수들이 고물 썰매를 끌고 나타나자 이목이 집중됐다. 이들은 4인 경기에서 드라이버의 운전 미숙으로 인해 봅슬레이가 뒤집어져 예선에서 실격됐다. 2인 경기에서는 28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그들의 스토리는 1994년 영화로 개봉돼 우리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바로 ‘쿨 러닝(Cool Running)’이다. ▼한국의 봅슬레이는 강원도에서 시작됐다. 2003년 11월12일 국내 최초로 봅슬레이·스켈레톤 실업팀이 강원도청에 창단됐다. 창단 멤버는 한국 봅슬레이의 개척자 강광배와 이기로였다. 활주 훈련은 꿈도 못 꾸었다. 이들은 춘천 의암빙상장에 매트리스를 깔고 스타트 훈련만 반복했다. 그리고 마침내 2008아메리칸컵 2차 대회 4인승에서 캐나다, 미국에 이어 사상 첫 동메달을 땄다. 봅슬레이 불모지였던 대한민국판 ‘쿨 러닝’이 아닐 수 없다. ▼‘얼음판의 F1’으로 불리는 봅슬레이는 1888년 스위스인 마티스가 나무 썰매에 핸들과 브레이크를 단 것이 시초가 된 동계스포츠 썰매종목이다. 수천억원을 들여 지어야 하는 경기장은 전 세계 12개 국가에 19곳뿐이며 대부분 동계올림픽 개최 장소다. 봅슬레이 썰매는 가격이 1억5,000만원이나 한다. 이런 여건 때문에 눈이 있는 선진국이 아니면 꿈꾸기 힘든 스포츠다. ▼“평창은 나의 홈 트랙입니다.” 태국의 캄페올 아그네스가 2024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 여자 봅슬레이에서 은메달을 거머쥐고 한 말이다. 태국 역사상 최초의 동계올림픽 메달이다. 아프리카 튀니지에서는 사상 처음 3명의 선수가 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이들은 모두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유산인 ‘동계올림픽 저개발국 육성 프로그램’ 출신이다. 평창동계올림픽의 정신 ‘새로운 지평(New Horizons)’이 ‘쿨 러닝’의 기적을 써 내려가는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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