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중언

[언중언] ‘자유부인’과 국회의원

1954년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대학의 국문과 교수인 장태연은 성실한 교수로 학문 연구에 몰두하는 소장학자이고, 그의 아내인 오선영 또한 고운 마음씨의 선량한 가정주부다. 그러나 오선영은 우연한 기회에 노상에서 만난 대학 동기동창인 최윤주의 권유로 당대 유력자의 부인으로 있는 동창생들의 모임인 화교회에 참석, 그 자리에 모인 동창들의 화려한 모습을 접하자 마음의 동요를 가져오기 시작한다. ▼오선영은 최윤주의 소개로 실업가 한태석의 부인인 이월선을 알게 되고, 이월선이 경영하는 서울 시내 복판에 있는 양품점에 취직하게 된다. 이렇게 화사한 바깥 세계에 짙게 물들어 가기 시작한 오선영은 사교춤에 대한 선망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웃에 사는 남편의 제자 신춘호와 춤바람이 나 가정이 깨어질 위기에 처한다. 탈선된 행위와 좌절로 실의에 빠진 오선영은 생활의 의지를 거의 잃어 자포자기의 심정에 빠지게 되나 장태연의 무한한 아량과 이해로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가정으로 돌아가게 된다. ▼갖가지 인물이 보여 주는 다양한 행태가 흥미 있다. 바로 오병헌이라는 캐릭터다. 그는 국회의원이며 오선영의 오빠다. 소설에서 그는 국회의 무슨 분과 위원에 모 정당 중앙집행위원이며 나는 새도 떨어뜨릴 세도가로 설정하고 있다. 그는 친구 자식의 대학 부정입학을 주선하는 등 각종 이권 청탁에 개입한다. 작가는 국회의원이 국민의 대변자라기보다는 모리 정상배라며 개탄한다. 그는 총선이 다가오자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고향에 중학교를 만들어 선거에 이용하려 한다. 교량 건설 등 각종 선거공약을 내놓는다. 그러나 재선에 실패한다. ▼자유부인이 출간된 지 올해로 70주년이 된다. 그동안 사회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만 자유부인의 오병헌은 여전히 건재하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4월 총선이 코앞이다. 너도나도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서고 있다. 우리는 이번 총선에서 ‘현대판 오병헌’을 심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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