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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철(鐵)의 실크로드'

훈제 생선과 보드카, 승객들과 나누는 서투른 영어와 러시아어. 때론 책을 읽고 휴식 같은 잠에 취한다. 은빛 자작나무 숲의 황량하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은 보너스다. 그리고 러시아의 이르쿠츠크에서 시베리아의 가장 깊고, 차갑고, 푸른 호수인 바이칼 호수에 빠져든다. 상상만으로도 가슴 벅찬 시베리아 횡단 여행이다. ▼기차로 초원을 달리는 시베리아횡단철도(Trans Siberian Railroad·TSR)는 무려 25년간(1891~1916년) 약 10억 루블을 들여 건설됐다. 총 길이는 지구 둘레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9,400㎞(블라디보스토크~모스크바)에 달한다. 시속 80~90㎞로 꼬박 6박7일(156시간)이 걸린다. 세계에서 가장 길다. 90여 개의 크고 작은 도시를 지나가며 16개의 강을 건넌다. 바로 '신(新)실크로드'다. ▼미국은 1869년 5월10일 대륙횡단철도(Transcontinental Railway)가 이어지자 역마차로 한 달을 가야 하던 동부와 서부를 6일 만에 갈 수 있게 됐다. 아이다호에서 생산된 감자의 동부 소비자 가격은 철도 건설 이전에 비해 10분의 1로 떨어지기도 했다. 제조업은 3배가 넘는 경제 성장을 일궈냈다. 황무지에 불과했던 서부도 급속도로 개척됐다. 미국인의 삶 자체가 바뀌었다. ▼남북이 어제(26일) 경의선·동해선 착공식을 가졌다.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와 연결되면 한반도엔 '철(鐵)의 실크로드 시대'가 열린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만주횡단철도(Trans-Manchurian Railway·TMR), 중국횡단철도(Trans-Chinese Railway·TCR), 몽골횡단철도(Trans-Mongolian Railway·TMGR)와 맞닿아 있다. 강원도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철의 실크로드 시대'의 서막이 올랐다.

박종홍논설위원·pjh@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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