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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중언]폭염주의보

'혹독한 더위와 근심의 불덩이가/ 가슴속 가운데서 서로 졸이네/ 온 몸에 빨갛게 땀띠 나길래/ 바람 쐬며 마루서 곤해 누웠지/ 바람이 불어와도 화염과 같아/ 부채로 불기운을 부쳐대는 듯/ 목말라 물 한잔을 마시려 하니/ 물도 뜨겁기가 탕국 물 같네…' 고려 문인 이규보의 시 '고열(苦熱)' 일부분이다. 이규보(1168~1241)가 살았던 고려 후기에도 덥기는 엄청 더웠던 모양이다.

▼한반도는 지난 100년 사이에 연평균 기온이 1.7도 높아졌다고 한다. 21세기 말(2079~2100년)에는 우리나라의 기온이 현재보다 4도 정도 높아져 제주도, 남해안 등은 겨울이 사라질 것이라고 기상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사상 처음으로 5월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이상 고온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 이상기후로 인해 '마른장마'가 이어지면서 혹독한 여름 가뭄을 겪고 있다. 일부 지역에선 상수원이 말라 제한급수 얘기도 나오고 있어 큰일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최근 6개월 동안의 기온이 지난 20세기 평균보다 5도가량 높았다. 이로 인해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17억 달러(1조7,500억 원)의 농작물 피해를 입는 등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수자원관리위원회는 정원에 물을 많이 뿌리거나 세차하는 데 과도하게 물을 사용할 땐 하루 최대 500달러(51만 원)의 벌금을 물리는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오는 8월부터 시행한다고 LA타임스가 보도했다. 핀란드 스웨덴 등 북유럽도 역대 최고 기온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2003년 8월, 40도를 웃도는 무더위로 프랑스, 독일 등 유럽 8개국에서만도 무려 3만5,000여 명이 폭염으로 목숨을 잃었다. 일본에서는 1994년 7~8월 두 달 동안 1,400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폭염은 재앙 수준이다. 폭염도 홍수·폭설 등의 자연재해 차원에서 다루고 예방해 나갈 일이다.

최병수논설주간·cbsdmz@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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