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사고

아파트 건설사에 빌려준 땅 폐기물매립지처럼 변하다니

◇3일 춘천시 사농동의 한 아파트 단지 근처 밭에서 봄철 영농을 위해 땅을 파던 중 폐타이어와 시멘트 폐기물 등이 다량으로 나왔다. 개인 소유의 이 밭은 과거 아파트 건축을 하면서 공사업체가 임대해 사용한 곳이다. 권태명기자

춘천 농지 폐타이어 등 쏟아져나와

복구 요구에도 수년째 나 몰라라

업체 측 “다른 곳서 유입 가능성도”

“평생 농사를 지어왔던 땅이 폐기물 매립지로 변하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3일 오전에 만난 밭 주인 김모(54)씨는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춘천시 사농동의 한 아파트 단지 옆에 위치한 5,517㎡ 면적의 밭에는 두께 60㎝의 시멘트와 폐타이어, 철근 등 각종 폐기물이 널브러져 있었다.

김씨의 말에 따르면 문제의 발단은 지난 2005년 12월 춘천시 사농동 이 밭 인근에 아파트 단지 공사가 진행되면서 시작됐다. 아파트 건설 현장의 바로 옆에 위치한 탓에 이 밭에 수시로 공사용 자재와 폐기물이 쌓이고 덤프차량이 다니는 등 피해가 발생했다. A건설사 측에서도 김씨에게 미안하다면서 건설자재 이동 등을 위해 공사기간이 끝나는 날까지 밭을 사용할 수 있도록 토지계약임대차계약을 제안했다. 김씨는 이를 수락하고 2008년 9월26일부터 같은 해 11월25일까지 건설사측과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는 폐기물 등으로 인한 오염을 금지하고 계약종료일 15일 전에는 예전과 같이 복구작업을 완료한다는 조항을 포함시켰다.

아파트 공사도 끝나면서 김씨는 다시 농사를 짓기 위해 다음 해 봄인 2009년 4월 트랙터로 밭을 갈기 시작했지만 트랙터 날이 땅에 걸려 망가지는 등 잘 갈리지 않았다. 예전처럼 배추와 무를 심어도 작물이 잘 자라지 않았고 밭에 심은 나무도 자라지 못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김씨는 포클레인을 동원해 밭을 파헤치자 자갈과 시멘트, 폐타이어 등 폐기물들이 쏟아져나왔고 사용하다 버린 철근, 콘크리트 등도 있었다. 김씨는 2010년 3월 시공사쪽에 내용증명을 보내는 등 밭에 대한 원상복구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으나 복구를 하겠다는 대답만 있을 뿐 5년이 지난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A건설사 관계자는 “밭에서 나온 폐기물의 출처가 아파트 공사할 때 생긴 것인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폐기물이 다른 곳에서 유입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임재혁기자 jaehyek@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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