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동물 사체 발견 줄 이어
먹잇감 찾아 민가 주변 배회
주민 피해·불법 포획 우려
오염 제설제 뒤범벅된 눈
수질 오염 산란기 어류 위협
역대 최악의 폭설 피해를 입은 동해안 지역의 후유증이 심각하다. 야생동물은 현재 동해안 지역 곳곳에서 눈 속에 파묻힌 채 사체로 발견되고 있으며 날씨가 풀려 눈이 더 녹으면 발견될 야생동물의 사체 수는 추산하기조차 힘들다. 여기에 수질오염마저 우려되면서 2차 피해까지 제기되고 있다.
■야생동물의 수난=한국멸종위기야생동식물보호협회 양양지회는 지난 9일 오후 양양군 현북면 어성전리와 미천골 휴양림 주변 야산에서 눈 속에 파 묻힌 노루 1마리와 고라니 5마리 사체를 발견했다. 이에 앞서 고성지회도 지난 7일 오후 고성군 거진읍 건봉사와 간성읍 탑동리 주변 야산을 수색해 고라니 4마리 사체를 찾았다.
더욱이 야생동물은 AI 여파로 1월20일부터 먹이주기행사가 전면 중단되면서 먹잇감을 찾기 위해 민가로 내려오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 주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실제 눈 속에서 생존한 야생동물들은 먹잇감을 찾으러 이미 골짜기와 하천, 민가 주변에서 활동하고 있다. 특히 활동반경이 40~60㎞인 멧돼지는 동해안 지역 남부나 백두대간을 넘어 내륙지방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가 피해도 우려=이 때문에 민가에 대한 피해도 예상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김현만 고성지회장 “고성군 토성면 원암리 민가나 잼버리로 등에서 먹잇감을 찾는 고라니나 멧돼지 등 야생동물을 자주 본다”며 “이들 야생동물이 주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어 목격 즉시 119구조대나 야생동물 단체에 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렇게 민가에 내려온 야생동물들을 노리는 불법 포획꾼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동물들의 또다른 피해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박영철 강원대 환경연구소 교수는 “폭설로 인해 지친 주민들의 안전이 우선이지만 저지대로 내려온 야생동물의 보호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태계 파괴 위기
제설작업으로 집채만 한 눈 더미가 쌓인 강릉 남대천 주변도 눈이 녹으면서 눈에 포함된 염화칼슘이나 자동차 매연 등이 함유된 중금속, 각종 생활쓰레기가 남대천으로 흘러들어가 수질오염마저 우려되고 있다.
특히 하구 습지의 경우 멸종위기종 2급인 가시고기가 서식하는데다 어류 산란기인 5월까지 녹아 스며들 경우 산란에도 지장을 줘 생태계 파괴까지 될 위기에 처해있다.
최재석 강원대 환경연구소 교수는 “이미 국내나 외국에선 과거에 염화칼슘으로 인한 물고기 폐사가 있었다”며 “아직까지 남대천에 문제 발생하지 않았지만 수중생태계 정밀조사와 함께 눈 더미를 해안 쪽으로 버리는 등 사후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경모기자 kmriver@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