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지 오웰의 자전적 소설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의 한 토막이다. “사무실에서 등록을 마치자 경비원은 우리를 가축처럼 취급했다. 우리를 복도에 모아 놓은 다음, 여섯 명씩 욕실로 들어가서 몸수색을 받으라고 지시했다. 사람들은 남들이 발을 씻은 물을 그대로 써야만 했다. 만일 이런 곳을 너무 편안하게 해 놓으면 인간쓰레기들이 몰려들 겁니다. 그런 쓰레기들을 막는 것은 형편없는 음식을 주는 것밖에 없어요.”
▼1930년대 유럽 부랑인 시설을 이렇게 묘사했다. 오웰이 1928년부터 1932년까지 5년여 동안 경험한 밑바닥 체험을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노숙인과 부랑인 등 사회 최하층의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도내 노숙인의 실상은 어떤가. 이들에게 제공되는 보호시설의 환경과 이들의 생활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8곳이 있긴 하나 비어있는 날이 태반이다. 30일까지 추위를 피해 무료로 기거할 수 있지만 외면받는 게 현실이다.
▼일명 노숙인지원법이 2011년 생겼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이다. 그러나 노숙인을 위한 복지정책은 여전히 권리보장보다는 시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들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냉담하기만 하다.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 듯하다. 주거권, 노동권, 건강권 등은 비참하기 짝이 없다. 철학자 아렌트의 지적대로 인권선언에 명시된 '모든 인간에 대한 동등한 권리의 보장'은 추상적 선언일 뿐이다.
▼보행자가 노숙인과 마주치기를 꺼리거나 슬며시 피하기 일쑤다. '홈리스 포비아'다. 자신에게 해를 가할 수 있다는 막연한 두려움이다. 노동권도 보장받지 못한다. 대부분 저숙련, 저학력인데다 고용에 필요한 거주지나 연락처가 없어 일반 노동시장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된다. 생계형 성매매 또는 고물과 폐휴지를 모으는 '그림자 노동(shadow work)'에 연연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어디선가 칼바람과 싸우고 있다.
장기영논설위원·kyjang3276@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