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특집]철책선 너머 남대천 상류에는 쉬리·돌상어 노닐고

DMZ 60년, 이제 평화를 꿈꾼다 - <4>비극의 현장, 생태·평화공원으로 변신

◇사진 위는 철원군 김화읍 용양리 남대천 출렁다리, 아래는 남대천 상류 비무장지대로 이 일대는 민간인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는 곳으로 생태계의 보고다. 철원=권태명기자

60년간 사람 발길 끊긴 생태계의 보고

사향노루·삵·산양 멸종위기종 등

2,710여종 다양한 동식물 서식

고엽제 쓰라린 상처 털어내고 변신

탐방코스 조서 민간인에 개방 계획

환경부는 지난달 30일 '2014년 유엔생물다양성협약(UNCBD) 제12차 당사국총회'개최지로 평창을 최종 선정했다. 평창이 경쟁도시였던 제주와 경남 창원을 제치고 선정된 것은 강원도가 우리나라 3대 핵심생태 축인 DMZ(비무장지대), 백두대간 및 연안이 겹치고 생물다양성이 매우 우수한 것이 가장 큰 강점으로 작용했다. 특히 DMZ는 전 세계적으로 유일한 분단도인 강원도가 가진 비극의 상징물이자 큰 자산이다.

■ 고엽제 뿌려진 비무장지대

지난 60년간 사람의 발길이 끊긴 DMZ 일부 지역은 생태계의 보고가 됐다. 하지만 일부 지역은 초지의 발달로 매년 봄가을만 되면 남북 군당국이 사계(射界)청소를 위해 펼치는 화공작전으로 몸살을 앓아왔다. 더욱이 1968년부터 1970년대 초반까지 철원 양구 인제 등 비무장지대에 고엽제가 뿌려졌다는 사실이 1999년 세상에 알려지며 접경지역 주민들은 다시 한번 큰 고통과 충격에 빠졌다.

미국은 1967년 초 정전협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DMZ 지역의 우거진 수풀을 잘 관리할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게 됐다. 그 일환으로 일부 지역에 고엽제(herbicides)를 시험적으로 사용했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1968년부터 DMZ 남방한계선과 민통선 사이지역에 전면적인 살포계획이 준비됐다. 한국에서 고엽제를 시험사용한 계획은 미 국무부가 타당성을 검토해 승인한 것이다. 1967년 9월 미 국무부는 한국정부와 이 계획을 논의할 것을 승인했고 이런 논의과정을 거쳐 1967년 9월20일 한국 국무총리가 이 계획을 허락했고, 한국정부로부터 고엽제 시험 사용을 승인받았다.

1999년 고엽제 살포 사실이 알려진 뒤 비무장지대에 당시 근무하던 장병들과 주한미군은 물론 민통선 북방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마저 고엽제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이 강원일보 특종보도를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 DMZ생태·평화공원 조성

정부의 전략촌 조성 정책에 따라 1970년 주민들의 집단입주가 이뤄진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도 고엽제 살포로 피해를 입은 곳이다. 이 마을이 최근 쓰라린 상처를 털어내고 새롭게 변신하고 있다. 환경부가 강원도, 철원군, 육군 제3사단 등과 함께 DMZ생태·평화공원 조성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 공원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육성해 평화·화합의 상징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시작된 이 사업은 민간인의 출입이 통제되는 군작전지역에 십자탑 코스, 용양보 코스 등 2개 탐방코스를 조성한 후 시범적으로 개방하겠다는 것이다. 국비와 도비 등 총 83억4,300만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현재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DMZ지역의 도보 이동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혀 해결과제로 남아 있다.

환경부와 철원군은 우선 DMZ 조망이 가능한 십자탑 코스(13.1㎞)를 조성하고 이어 방문자센터와 용양보 코스(9㎞)를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모든 사업은 내년 10월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십자탑코스에서 조망되는 DMZ가 잦은 산불로 식생이 훼손됨에 따라 인근 성재산과 계웅산에서 서식하는 엉겅퀴,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등 우리꽃 종자를 채취·증식·파종하는 등 복원작업도 병행한다. 생태평화공원이 조성되면 철책선 너머 오성산과 쉬리, 돌상어 등 희귀어종이 사는 남대천 상류 조망이 가능하다. 용양보 아래 왕버들군락 습지도 접근이 가능하다.

■ 보존과 개발은 양날의 칼

환경부에 따르면 한반도 비무장지대에는 사향노루, 삵, 산양과 같은 멸종위기종을 비롯한 2,710여종의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정부는 DMZ의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고 녹색성장의 원동력으로 삼겠다며 지난해 9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했으나 등재가 무산됐다.

철원군 일대의 완충·전이 지역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 DMZ를 관할하는 유엔군사령부의 동의를 못 받은 점도 논란이 됐다. 실제 평야를 가진 철원은 DMZ 인근에 농사를 짓는 사유지가 많아 지역 기관·사회단체는 물론 상당수 주민이 그동안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7회 DMZ평화상을 수상한 김필주 지구촌 농업협력 및 식량나누기운동회장은 지난 2월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한 민·관 생물다양성 포럼'에서 “DMZ의 경제적 가치는 140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며 “비무장지대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면 철조망을 끊고 분단의 빗장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성헌 한국DMZ평화생명동산이사장은 “DMZ 일원의 생태적 가치, 생물자원을 실제로 감시하고, 보호하고, 복원할 주체인 접경지역 주민과 군인들에 대한 교육, 조직, 실천사업에 중앙정부의 예산은 제대로 수립되지 않는다”며 “마을 사람들이 그 가치를 알고 나서게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석만기자 smkim@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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