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공장과 광산 주변의 환경오염이 도를 넘어섰다. 강릉 옥계면과 동해 삼화동에 있는 시멘트공장과 광산 인근 주민의 10.5%는 폐질환을 앓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과 고려대 환경의학연구소가 분석한 결과다. 주민 10명 가운데 1명은 폐질환 유소견자였다. 이러한 조사는 전에도 수없이 이뤄졌다. 지난달 발표된 자료에서는 구리를 생산했던 광산 주변 일부 주민의 혈중에서 세계보건기구 기준을 초과한 수은이 검출됐다. 건강검진을 할 때마다 상당수가 중금속에 노출된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도내에는 시멘트공장과 광산뿐만 아니라 폐광이 여러 곳에 산재해 환경오염을 가중시키고 있다. 폐재댐에서 날리는 희뿌연 돌가루 공포도 계속되고 있다. 오염된 폐수와 분진이 하천과 토양을 망가뜨리고 폐수가 유입된 하천은 물고기가 서식할 수 없는 '죽음의 하천'으로 전락하고 있다. 어느 한 곳에 국한되는 게 아니라 시멘트공장과 광산이 있는 대부분 지역에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지하수와 토양을 오염시키며 암석, 토양, 지하수, 식물, 동물의 경로로 인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먹이연쇄를 통해 인체에 들어온 중금속은 치명적이다. 강릉, 동해에서 발견된 것처럼 진폐나 만성폐쇄성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공장에서 일하지 않는 주민도 폐질환을 겪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하면 운동장애로 이어진다. 일본 도야마현 폐광지에서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은 일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주민들이 이처럼 불안에 시달리지만 당국이 그간 내놓은 대책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지금 이대로라면 공장이든, 주민이든 한쪽은 지역을 떠나야 할 상황이다.
당국의 무책임과 늑장 대응에 주민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모색해야 한다. 기본권을 위협받는 주민들의 고통을 언제까지 외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시멘트공장과 광산의 사후관리는 물론 생산 과정에서부터 첨단공법을 도입해 환경오염을 차단하도록 해야 한다. 주민들의 피해보상책도 나와야 한다. 정책 담당자들이 이 지역에서 하루만이라도 생활해 봤다면 이들의 아픔을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주민들의 중금속 오염 공포를 해결하는 방안을 하루속히 내놓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