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폐쇄성 폐질환 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름 그대로 오랜 기간 폐를 못살게 구는 병으로 담배가 가장 큰 주범이다. 노년기가 무한대로 늘어난 고령화 시대. 팔팔한 40대부터 병상을 차지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부터 진실한 금연생활을 시작해야 한다.
◇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
인기를 끌었던 어느 드라마에서 남편의 불륜 현장을 목격한 주인공이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는 장면이 나왔다. 어릴 적 앓았던 천식이 충격적인 상황 때문에 재발한 것이라는 자가진단…. 사실 천식 같은 호흡기질환은 현대인에게 흔한 질병이다. 감기가 오래되면서 기침이 잘 낫지 않아 병원을 찾은 경험 또한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때마다 기관지염이란 병명이 단골로 등장한다. 보통은 급성으로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항생제 치료가 가능하지만 만성인 경우 이미 조직이 손상돼 위험하다. 한 번 나빠진 폐는 회복이 어렵다.
호흡을 담당하는 폐는 기관지와 폐포(허파꽈리)로 구성돼 있는데 여기에 문제가 생기면 폐기종, 만성 기관지염, 기관지 천식 등의 질환이 나타난다. 천식은 음식물, 애완동물의 털 등 알레르기 원인물질이 기관지를 자극해서 생기는 알레르기성 질환으로 원인물질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회복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나머지 둘은 거의 항상 숨이 차거나 기침, 가래가 나오는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폐기종과 만성 기관지염을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이라 부른다. 국내 10대 사망 원인 중 하나인 꽤 위협적인 질병이다.
◇ 걷는데 숨이 차다면 폐 기능 50% 손상
현재 추세라면 2020년에는 만성 폐쇄성 폐질환이 전 세계 사망 원인 3위에 랭크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는 현재 우리나라 45세 이상 성인 약 18%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인층에게 많이 발생하며 연령대가 높을수록 유병률이 높다. 일반적으로 폐 기능은 75% 이하로 떨어져도 생활하는 데 큰 불편을 못 느낀다. 걷거나 움직일 때 숨이 차기 시작하면 이미 50%까지 손상됐을 가능성이 늦다. 병을 자각한 후엔 증상이 악화되는 속도가 빨라진다. 심해지면 가만히 있어도 숨이 가빠 식사도 못한다. 만약 감기에 걸려 폐렴이라도 생긴다면 순식간에 사망에 이르고 만다.
◇ 원인은 담배
매연, 먼지, 가스, 조리 시 발생하는 연기 등 자극적인 입자나 기체에 오래 노출되면 위험할 수 있다. 하지만 대기오염이나 세균감염 등이 단독으로 만성 기관지염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다. 환자의 100% 가까이 흡연 경험자다. 흡연은 기도 점막의 기능을 떨어뜨리고 허파꽈리의 세균 저항능력을 감퇴시켜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기관지염이 진행되면 기관지가 매우 예민해져 기온이나 습도가 조금만 떨어져도 발작하듯 기침을 하고 그 때문에 염증이 더 심해진다. 최근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에서는 진료지침을 개정해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암 발병률 감소에 조기 검진이 공헌해 온 점을 거울 삼은 대책이다. 암과 다른 점은 조기에 발견해도 완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치료는 더 나빠지지 않게 증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특히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매우 높아 주의해야 한다. 합병증 위험이 높은 고령자의 경우 인플루엔자나 폐렴구균 백신 예방접종을 받아두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