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뇌성마비에 청각장애, 혼자는 아무것도 못한 그를 분재전문가로 만든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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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사회적기업들 나라를 살린다

◇대만 사회적기업 CAUF(카우프)의 쉬엔항(22·사진 왼쪽)씨와 저옌(19)양. 뇌성마비에 청각장애가 있는 쉬엔항씨는 주로 집에서 생활했지만, 사회적기업 카우프를 통해 이제는 분재전문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다. ◇대만 원주민들의 피우마마을의 유치원. ◇피우마마을 주민들은 원주민의 전통을 잊지 않기 위해 원주민 고유어를 어린 아이들에게 재교육한다. ◇피우마마을 노인들은 매주 3회 학교에 모여 전통공예 등을 함께 하며 사회 참여를 하고 있다. ◇피우마마을 어린이들은 할아버지-할머니 세대의 원주민 언어를 다시 배우며 그들의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한국분권아카데미 강원청년지도자과정 교육생들. 대만=최영재기자

대표적인 사회적기업 '카우프'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지역주민 삶의 질 높여

일회성 성금은 고기 잡아주는 것

사회적기업은 잡는 법 가르쳐줘

'피우마마을 공동체' 좋은 사례

대만 자이시(嘉義市)에 사는 쉬엔항(22)씨는 뇌성마비에 청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지 않고서는 거동이 불편했다. 당연히 주로 집에서 생활했다.

하지만 대만의 사회적기업 CAUF(카우프,Children Are Us Foundation)를 만난 이후 그의 인생은 달라졌다. 쉬엔항씨가 3년전 CAUF 산하 원예식당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할 때만 해도 아버지가 시간을 쪼개 매일같이 승용차로 일터까지 데려다 줘야 했다. 지금 쉬엔항씨는 혼자 버스를 타고 또 전철을 타고 출근을 하고 있다.

매일 고객들에게 제공할 빵과 도시락을 만들고, 특히 분재분야에서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며 분재전문가로 불리고 있다. 자신감을 찾은 그는 보이스카우트 활동을 하고, 최근에는 타악기 연주까지 시작했다. 외부 환경에 노출될수록 점점 더 활발해지는 모습에 담당교사들도 놀랐다. 더 이상 짐이 아닌 도움이 되는 존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자기 몫을 충분히 하게 된 것이다.

■ 사회적기업이 나라를 살린다

사회적기업이란 이처럼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 사회적 목적을 추구한다. 영리기업이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데 반해, 사회적기업은 사회서비스의 제공 및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점에서 영리기업과 큰 차이가 있다.

카우프는 대만의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이다. 그동안 장애인이 생산한 물품이라는 사회적인 편견을 극복하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은 대만 내에서 가격과 질, 모든 면에서 브랜드가치를 인정받고 있는 기업이다. 대만 정부가 전체 구매물품 중 일정 비율 이상을 장애인 작업장에서 구매하도록 방침을 정한 것도 카우프가 성공하는데 큰 힘이 돼 줬다.

기업의 사회복지마인드, 정부의 지원, 참가자의 의지로 삼위일체가 된 케이스다.

카우프에는 교사가 200명으로, 교사 1명당 장애인 5명이 있다. 비장애인은 물론 1,000명의 장애인들도 함께 일터와 공동체를 얻은 셈이다. 보어한씨가 일하는 '녹야향종 원예식당'에는 현재 장애인 10명이 생활하고 있으며, 이 식당은 앞으로 대만의 시단위 지역 전체에 이같은 사회적기업을 만들 구상을 하고 있었다.

대만 경제는 30년 전부터 중소기업 위주로 성장해 왔으며 특히 사회적 기업이 많다.

이노렉스(INNORUX)와 패미리마트, T.F.C.F 등이 대만의 사회적기업으로 명성을 날리고 있다. 사회적기업들은 하나같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인간의 존엄성을 강조했다. 최소한의 비용을 지출해 최대한의 영리를 얻고자 하는 일반 기업과는 그 '존재의 목적' 자체가 달랐다. 전체 고용인력에서 지역주민, 노인과 부녀자 등 사회적 약자층을 적극 채용함으로써, 더 이상 낙오자로 살아가지 않게끔 만든다.

이같은 사회적기업 앞에서 악의적 임금체불, 정리해고, 비정규직, 근로시간, 노조파업 등 골치 아픈 문제들은 먼 남의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었다.

■ 사회적약자도 직접 고기를 잡는다

일회성 성금 지원이 '고기를 잡아 주는 것'이라면 사회적기업은 '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준다'는 점이 차이다. 대만 피우마(Piuma)마을 역시 대만 정부에서 '스스로 고기 잡는 법'을 찾아준 사례다.

피우마마을은 공동체일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났다. 17~19세기 중국 한족들이 타이완섬으로 이주하면서 대만 원주민들은 고산지대로 옮겨 살게 됐다. 대만 정부는 1957년 원주민을 위한 피우마마을을 조성했고, 고산지대에 흩어져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이곳으로 이주해 정착해 살고 있다.

원주민들이 피우마마을로 집단 이주한 뒤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한 것이 '교육'과 '복지'였다. 마을 규모에 비해 큰 학교를 만들고 잊혀가던 원주민들의 언어를 어린 아이들에게 재교육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자신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점차 말을 잃었던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는손자뻘 되는 마을 어린이들이 자신의 언어로 다시 얘기하자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아이들은 어른들을 좋아하고, 어린이들 20여명은 피우마마을을 둘러보는 강원청년지도자과정 교육생들을 시작부터 끝까지 따라다니 즐거워했다.

한국에서 왔다는 말에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함께 부르고 춤추기도 했다.

주민들은 집 한 채를 지을 때도 전통대로 마을 주민 모두가 힘을 모아 짓는다.

젊은 세대는 노인들을 학교로 초청해 매주 전통수공예 등을 교육한다.

현대 사회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두목-귀족-용사-평민의 신분제 명맥을 이어가며 고유한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 주로 관광수입과 함께 공무, 농업, 건축, 수공예 등의 일을 하며 마을 주민 주도형 마을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마을주민 전체가 한 가족이나 다름없는 피우마 주민들은 한국분권아카데미 강원청년지도자과정 교육생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준비한 원주민들의 전통음식을 대접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조화와 소통' 속에서 서로 힘을 합쳐 지역과 개인의 발전을 이루자는 강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만 까오슝=최영재기자 yj5000@kwnews.co.kr

■ 강원청년지도자과정은

도내 각 분야의 청년층(20~50세)을 대상으로 하는 리더십 교육으로 한국분권아카데미(원장:안동규)가 도의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전국 최초로 개설돼 지금까지 447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명사 초청 강의 통합 워크숍과 국내외 우수사례 현장교육 등이 20여회에 걸쳐 진행되며, 수료 후에도 평생교육 실현을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해 교류하고 있다.

제9기 강원청년지도자과정 교육생들과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대만 타이베이 까오슝 아리산 등지를 동행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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