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지역 특수성 반영한 평가기준 절실”

생태·자연도 수정 고시안 지자체 비상

(하) 판정기준 개선·규제 따른 보상책 필요

전문인력 확보 등 과학적·객관적 판정기법 도입 제기

한강수계관리기금 사례 등 현실적 대안 마련해야

환경부 “보상책 강구 문제는 추가 논의해야 할 사안”

전국 생태·자연도 수정 고시안에 대한 논란은 지역 개발 저해, 사유재산권 침해에 이어 등급판정 기준 자체의 문제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미 관련 학계에서는 환경부가 2007년 생태·자연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등급 판정의 계량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수정 고시안이 나온 현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2004년 3월 '생태자연도 활용에 있어 식생보전등급 적용 방안 연구'를 통해 “생태·자연도 등급 판정은 기존의 녹지자연도에서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현지 조사에서 식생보전 등급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연구경험과 현장 감각을 갖춘 연구원이 필요하지만 전문 인력 확보는 물론이고 예산, 시간의 제약 등으로 정밀한 판단이 어려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논란의 여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등급 판정기법을 제시했다. 조사 대상 숲의 식피율(교목층이 하늘을 가리는 정도)과 평균 수령, 계층구조, 외지식물의 침입 정도 등 4개 평가항목을 정도에 따라 배점을 부여하고 이를 더한 값에 따라 등급을 판정하는 방식이다.

이규송 강릉원주대 생물학과 교수는 “어떤 숲을 개발하고 보전할지에 대한 판단은 시대 흐름을 반영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평가기준의 정량화가 시급하다”며 “특히 강원도와 같이 전체 면적에서 산지가 차지하는 비율이 높은 지역과 대도시는 등급 판정 시 평가기준의 배점 적용을 달리하는 등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생태·자연도 수정 고시안에 대한 보도(본보 8월 13·14일자 2면 보도) 이후 등급 평가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와 별개로 개발에 제한을 받는 1, 2등급, 별도관리 지역의 비율에 따라 정당한 보상책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선 지자체의 한 관계자는 “이 기준대로라면 10, 20년 뒤에 강원도는 대부분의 면적이 생태·자연도 1, 2등급 지역으로 지정되지 않겠느냐”며 “정치권과 지자체, 주민이 강력히 저항하면서 규제에 상응하는 보상 방안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했다.

강원발전연구원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정책메모에서 '아마존우림을 보전하고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할 경우 산림을 훼손하는 경우보다 6.8~46배의 가치가 있지만 혜택을 누리는 측이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열대우림이 지속적으로 파괴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생태·자연도 고시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한강수계의 수질보전을 위해 토지 이용에 제한을 가하는 대신 물이용부담금의 일정 비율을 지역에 돌려주는 한강수계관리기금의 사례를 들었다.

김진기 강원발전연구원 박사는 “강원도는 과거 수십년간 환경과 국방, 자원 등 공공재 성격의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했지만 이를 보전할 수 있는 상응한 보상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제라도 강원도가 가진 산림과 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생태·자연도 등급 평가에 대한 계량화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전문가마다 의견이 달라 도입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다만 등급 판정 시 지역별 특수성을 반영하거나 1등급 비율이 높은 강원도 등에 보상책을 강구하는 문제는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했다.

강릉=최성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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