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개발 발목 사실상 `농산촌 그린벨트'

생태·자연도 수정 고시안 지자체 비상

(중) 효율적 관리인가 또 다른 규제인가

지역별·식생별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판가름

1:2만5,000 축척 지형도는 등급 확인도 어려워

속초·양양 농경지 등 이미 산림훼손 주민 반발

환경부가 전국 생태·자연도 고시의 명분을 '국토의 식생자원을 가치에 따라 효율적으로 관리한다'고 내세웠지만 또 다른 규제라는 불만이다.

각 지자체는 지난달 20일 자연환경 보전 권역이 확대된 수정 고시안을 통보받고 각종 지역개발사업에 대한 분석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생태·자연도 고시는 활용 대상으로 △사전환경성검토 협의 대상 행정계획 및 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 대상사업 △중앙행정기관장 또는 지자체장이 수립하는 개발계획 중 생태계 훼손이 우려되는 개발계획이라고 명시해 놓았다.

생태·자연도 1등급(자연환경 보전 및 복원)과 별도관리지역은 보전대상지역으로 분류돼 개발 자체가 제한되는 사실상 '농산촌의 그린벨트'로 묶이게 된다. 문제는 토지활용 적정성 평가지표의 평가기준인 생태·자연도 등급이 지역별·식생별 특수성에 대한 고려 없이 자연보전대책 수립을 위한 전국자연환경조사에 의해 판가름 난다는 점이다.

전체 면적의 82.41%, 약 1만3,690㎢가 산지(임야)인 강원도의 1등급과 별도관리지역 비율이 대도시는 물론이고 전국 평균의 3.8배에 달하는 이유다. 당장 강릉시 강동면 일대에 계획된 3,500억원 규모의 풍력발전단지는 2등급 권역이던 사업 예정지가 수정안에서 1등급으로 상향 조정돼 사업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2018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라 경기장과 올림픽파크가 들어설 예정인 강릉시 교동과 포남동 일대도 생태·자연도 1, 2등급 지역으로 조정됐다. 관광지 조성계획 승인이 났거나 사업이 진행 중인 주문진해변·등명해변·옥계해변 등 해변 일대는 1등급에 포함돼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됐다.

생태·자연도 고시안 자료가 1대2만5,000 축척의 지형도로 공개돼 지번도와 연동되지 않는 점도 논란거리다. 최상위 1등급 권역은 토지 이용에 직접적인 제한을 받지만 해당 지형도만으로는 일반인이 자신 소유 토지의 등급을 확인하기 어렵게 돼 있다. 더욱이 수정 고시안의 조사 시점(2004~2010년)과 고시 시점 간 최대 8년의 시간 차이로 인해 현지 여건이 변화할 수 있고 인적자원을 활용한 조사는 주관적 평가가 내려질 가능성도 있다.

실제 속초시 노학동과 도문동 일대 농경지와 양양군 강현면 일대 벌판, 야산 등은 이미 산림이 인위적으로 훼손됐음에도 생태·자연도 1등급으로 상향 조정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생태·자연도 수정 고시안을 공고하는 과정에서 지자체나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 한 번 없이 환경부 홈페이지와 관보 게재에 그쳐 요식행위라는 불만도 제기된다.

등급 변경 신청에 타당한 근거를 갖추려면 공고 후 불과 1개월 내에 전문가급을 동원해 용역을 실시해야 하는데 개인이 이를 이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도내 한 지자체 관계자는 “1960~1970년대 녹화사업 이후 산불 예방과 산림 병해충 방제를 위해 기울였던 온갖 노력이 또 다른 형태의 개발 규제로 되돌아오는 실정”이라며 “지역 사회에서는 일부러 산불을 내거나 산림을 고사시켜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추자는 극단적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생태·자연도 등급 판정 시 지역별 특성을 반영하는 문제는 현재 논의 중에 있다”며 “다만 자연환경조사는 국토의 보전과 개발 정책 수립을 위한 것이므로 각계의 의견을 종합 수렴해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강릉=최성식기자 choigo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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