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독자의 눈]숲가꾸기로 자연재해 막아내자

고연섭 전 홍천국유림관리소장

솎아베기 통한 밀도 조절 등 이뤄지면

나무 깊게 뿌리 내리고 지반 단단해져

산사태 등 피해에 강한 숲 만들 수 있어

지난 몇 년을 돌이켜보면 다년간 지속되고 있는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매년 점점 강해지고 잦아지는 태풍, 홍수 등 최근 몇 년 사이 자연재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자연재해를 대중매체를 통해 생생히 지켜보고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도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의 대처는 너무나도 미약하고 안일하기만 하다. 혹자는 자연재해는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은데 과연 이에 대한 예방책이나 대책은 없는 것일까?

매년 피해를 입으면서도 가만히 앉아서 닥쳐오는 각종 자연재해를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

지난해 7월 갑자기 쏟아진 폭우로 인해 우면산 산사태, 춘천 산사태 등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우리는 수많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입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삽시간에 내린 엄청난 양의 폭우는 꿈 많던 아름다운 젊은이들을 우리에게서 앗아갔고, 우리가 자부하던 대한민국의 도시 서울 한복판은 온통 물바다가 됐다. 이러한 끔찍한 사고를 보고, 겪으며 두려움에 떨었던 우리에게 진상규명조사단이 밝힌 원인은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갑자기 내린 폭우로 인한 '천재'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숲을 가꾸고, 지키며 숲이라는 자연을 온몸으로 겪었던 경험을 되짚어 보면 과연 이것을 '천재'라고만 해야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울창해 보이고 아름답기만 하던 숲이 삽시간에 무너져 내리며 우리를 덮쳐 버린 직접적인 원인이야 시간당 집중적으로 쏟아 붓는 국지성 폭우이겠지만, 또 다른 원인은 무분별한 산림의 훼손과 지금까지 적절한 숲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피해가 더 커진 것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산림토양의 70% 이상은 화강암을 모암으로 하여 형성되어 있어 토심이 얕은 편인데다 급경사지로 유기물 등이 빗물에 수시로 씻겨 내려가 토양이 영양물질을 많이 고정하지 못한 척박한 토양으로 이뤄져 있다. 이 토양은 유효 토심이 낮고 비옥도도 매우 낮아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수목들은 뿌리 발달이 저조하고 토양과의 결합력이 약해 뿌리의 힘만으로 큰 나무의 몸체를 지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숲의 생육환경에서 나무들이 잘 자라고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숲가꾸기 등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솎아베기를 통한 밀도 조절 등 숲가꾸기가 이루어질 경우 수고생장 및 부피생장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할 수 있고, 깊게 내린 뿌리는 지반을 단단하게 만들어 산사태 등 각종 자연재해에 강한 숲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도시지역의 숲은 여러 가지 제한사유로 인하여 숲에 활력도를 증진시키기 위해 실시하는 숲가꾸기 사업 등의 관리가 제대로 되지 못하고 있다. 사유토지가 많은 도시림은 소유자와의 협의가 어렵고, 기계톱 소리 및 벌채에 부정적인 지역주민들의 민원 문제로 숲 관리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수목 간 과다경쟁을 초래하여 균형 있게 자라지 못한 나무들은 땅속 깊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집중호우, 태풍 등의 자연재해에 견뎌내지 못하는 것이다.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해서 공공시설물 등에 여러 가지 예방활동을 하는 것과 같이 숲에도 체계적인 생태적 숲 관리가 이루어진다면 집중호우 및 태풍으로부터 수십 년간 가꿔온 우리의 숲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잘 관리된 건강한 숲은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로부터 우리를 보호해 주고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여름이 돌아왔다. 물론 태풍도 올 것이고, 지난해처럼 많은 비가 내릴 수도 있다. 이미 숲은 우리에게 크나큰 교훈을 주었다.

숲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서는 가꾸어 주어야 한다는 것을. 숲가꾸기 등을 통한 철저한 숲 관리는 우리가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을 모두가 기억해 두었으면 한다.

고연섭 전 홍천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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