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사람 잡은 `가습기 살균제'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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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종질환 공포

급성 폐질환 원일 환자 급증

사상 최악의 화학물질 사고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발병

채소 기피 현상 나타나기도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 뚫리는

'CJD' 사망 국내 최초 확인

수두·A형 간염·결핵 등

잊혔던 감염병도 재유행

2011년은 인간 스스로 만든 치명적인 신종질환이 등장해 공포와 충격을 줬다.

올 봄 서울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한 산모 7명이 폐가 급속히 굳는 증세를 보여 4명이 사망하고 3명이 폐이식을 받았다. 5월과 6월을 지나며 환자수는 16명으로 불어났고 원인조차 알 수 없는 공포는 더욱 확산됐다.

당국은 가습기 살균제를 원인으로 보고 실험쥐 80마리를 대상으로 동물흡입실험을 실시한 결과 인체감염증세와 비슷한 기관지 주변 염증과 섬유화 현상이 나타났다.

또 환자 주변을 5개월에 걸쳐 추적조사해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최종 확인하고 시중 제품에 대한 긴급수거 명령을 내렸다.

환경보건시민센터가 전국의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례를 수집한 결과 도내 5명을 비롯한 153명의 환자가 나왔다. 특히 원주에서는 수년간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해온 이모(64)씨가 올 초 급성폐손상 질환으로 숨진 것으로 밝혀졌다.

결국 무지에서 비롯된 급성 폐손상증후군은 사상 최악의 화학물질 피해 사고로 기록됐다.

또 봄엔 유럽발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공포로 채소 기피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은 가축 배설물에 오염된 물 또는 오염된 물로 조리한 채소류, 유제품 등으로 인해 감염된다. 유럽에선 오염된 비료로 올해 수십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도내에서도 지난 10년간 5명의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환자가 나왔다.

11월엔 뇌에 스펀지 같은 구멍이 뚫려 뇌기능을 잃게 되는 치명적 전염병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에 걸려 숨진 사례가 국내 최초로 확인됐다. 법정 3군 감염병인 CJD는 박테리아, 바이러스, 기생충 등이 아닌 체내의 이상 단백질 변종 프리온(Prion)에 의한 것이다.

발병 후 6개월~1년 안에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며 치사율이 사실상 100%에 달한다. 도내의 경우 지난 1월9일 춘천에서 70대 남성이 CJD 의심환자로 첫 보고된 바 있다.

더욱이 이 병은 '인간 광우병'이라는 오해를 받으며 각종 괴담을 양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확인된 CJD는 인조경막 이식수술 중 발생한 것으로 육류 섭취를 통해 감염되는 인간 광우병(vCJD)과는 다르다.

이명구 한림대춘천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종 질환은 환경오염, 화학물질 사용 증가로 필연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연구된 치료법·치료제 등이 없는 만큼 엄격한 검증과 독성 테스트 등이 필수”라고 말했다.

또 올해는 수두와 A형 간염, 결핵 등 그동안 잊혔던 감염병들이 재유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의 수두환자는 2만4,400명이었으나 올해는 3만4,711명으로 급증했고 도내에선 2,313명의 환자가 나왔다. 결핵 역시 지난 1년간 도내에서만 1,449명의 환자가 나왔다.

후진국 병으로 인식되던 A형 간염의 경우 오히려 개인위생 환경 개선으로 20~30대 항체 보유자가 사라져 환자 수가 늘고 있다.

최기영기자 answer07@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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