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자연재해와 숲 가꾸는 일

고연섭 홍천국유림관리소장

얼마 전 일본에서 발생한 엄청난 규모의 지진 및 해일, 다년간 지속되고 있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매년 점점 강해지고 잦아지는 태풍, 홍수 등 최근 몇 년 사이 자연재해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재해를 대중매체를 통해 생생히 지켜보고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도 자연재해에 대한 우리의 대처는 너무나도 미약하고 안이하기만 하다.

자연재해는 우리가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많은데 과연 이에 대한 예방책이나 대책은 없는 것일까? 매년 피해를 입으면서도 가만히 앉아서 닥쳐오는 각종 자연재해를 지켜만 봐야 하는 것일까?

지난해 9월 우리에게 불어닥친 태풍 곤파스는 최근 10년간 직접적인 태풍 영향권에 들어간 경우가 거의 없었던 수도권까지 강타하여 가로수 1만여 그루가 성냥개비처럼 나뒹굴고 쓰러졌다. 도로와 철길, 전신주를 덮쳐 교통대란과 단전, 단수 등 공공기반시설의 붕괴 피해를 일으켰다. 특히 도시림의 피해가 더 컸으며 현재까지도 그 피해지를 정리하는데 많은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울창해 보이던 도시림의 나무들이 불과 몇 시간 만에 태풍의 위력에 뿌리째 뽑혀 피해를 입은 것의 직접적인 원인이야 강한 바람 탓이겠지만, 현장에 종사하는 전문가 및 산림생태 전문가들은 숲가꾸기 등의 적절한 숲 관리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피해가 더 커졌다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도시림이 곤파스의 바람피해에 취약했던 이유로 토양환경과 생태 환경적 요인을 꼽으며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나라 산림 토양의 70% 이상은 화강암을 모암으로 하여 형성되어 있어 토심이 얕은 편인데다 급경사지로 유기물 등이 빗물에 수시로 씻겨 내려가 토양이 영양물질을 많이 고정하지 못한 척박한 토양으로 이뤄져 있다. 이 토양은 유효 토심이 낮고 비옥도도 매우 낮아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수목들은 뿌리 발달이 저조하고 토양과의 결합력이 작아 뿌리의 힘만으로 큰 나무의 몸체를 지탱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나라 숲의 생육환경에서 나무들이 잘 자라고 각종 자연재해로부터 강한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숲가꾸기 등의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

솎아베기를 통한 밀도 조절을 하여 숲가꾸기가 이루어질 경우 수고생장 및 부피생장이 균형을 이루며 성장할 수 있어 산림 내 토양과 나무의 뿌리는 강력한 결합을 통해 각종 자연재해에 강한 산림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도시지역은 여러 가지 제한사유로 인하여 숲의 활력도를 증진하기 위해 실시하는 숲가꾸기 사업 등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국립공원구역 내 산림사업 어려움 또는 기계톱 소리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민원 등의 문제로 숲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이로 인해 수목 간 과다경쟁을 초래하여 경급생장은 저조하고 수고만 성장한다.

자연재해를 줄이기 위해서 공공시설물 등에 여러 가지 예방활동을 하는 것과 같이 숲에도 체계적인 생태적 숲 관리가 이뤄진다면 태풍과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수십 년간 가꿔온 우리의 숲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도시지역은 도시숲을 잘 가꾸어 시민들이 살기 좋은 생활환경을 만들어 주고, 농산촌 지역은 숲이 생태적으로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숲가꾸기를 하여 아름다운 국토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의 숲은 가치 있는 국가자원이 되고, 건강한 국토환경이 조성되며, 쾌적한 녹색공간이 되어 국민의 행복한 삶의 터전이 될 것이다.

고연섭 홍천국유림관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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