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흡기관 라디에이터·가습기·필터 역할
공기 인두와 후두 거쳐 기관으로 전해져
또한 사람의 호흡기관은 코와 인두, 후두, 기관, 기관지, 폐인데 단순히 공기만 들락날락하는 게 아니라 라디에이터(Radiator), 가습기, 먼지나 세균 이물질을 거르는 역할도 한다. 외호흡은 일단 콧구멍에서 시작한다. 코 안에는 끈적끈적한 털이 많이 나 있으니, 숨을 들이 쉴 때 공기에 묻어 들어오는 세균이나 커다란 먼지를 달라 붙이고, 그것이 말라붙어 코딱지가 된다. “코딱지 두면 살이 되랴”, 이미 다 그릇된 것을 둔다 한들 전 대로 잘되지 않는다. 어린아이들이 가진 돈을 '코 묻은 돈'이라 하고, 남의 말에 들은 체 만 체 대꾸도 안 할 때 “콧방귀만 뀐다”고 한다. 그리고 무슨 일에 너무 애를 태울 때, “코에서 단내가 난다”라거나 “코털이 센다”고 한다.
코를 통과한 공기는 인두(咽頭, 식도의 입구)와 후두(喉頭, 기관의 입구)를 거쳐 기관(氣管, 숨관)으로 전해지는데, 인두에는 연구개(軟口蓋, 뒤 끝 중앙에 목젖이 붙음)가, 후두에는 후두개(喉頭蓋)가 있어 음식물을 먹을 때는 연구개가 코(비강) 쪽을 닫고 후두개가 기관을 막아 음식물이 식도로만 내려가게 한다. 여기서 한자의 '蓋'는 뚜껑이란 뜻을 가진다. 음식을 먹을 때 이 기능이 잘못되면 사레들려 캑캑~ 그러는 것이다. 코로 밥풀이 미어져 나오고 기관의 음식이 튀어 밥상을 뒤덮는다. 호흡 할 때는 연구개와 후두개가 열려 비강(鼻腔)을 통과한 공기가 기관으로 들어가도록 하며, 두 뚜껑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자율신경이 자동으로 조절한다. 아무튼 숨을 쉬면서 음식을 넘길 수 없고, 또 음식을 먹으면서 숨을 쉴 수 없다. 독자들은 침을 삼키면서 숨을 쉬어 볼 것이다. 또 숨을 쉬면서 침을 삼켜 볼까. 어떤가? 이제 내 몸의 일부의 기능을 알았다. 신기하다! 모름지기 알면 알수록 기쁘다. 앎의 희열(喜悅)에는 그 어느 것도 대적할 것이 없다. 세상은 아는 것만큼 보이고, 보이는 것만큼 느낀다고 했겠다. 참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필자도 얼마 전에 인두염과 편도선염으로 병원신세를 졌다. 침도 아파 삼킬 수 없는 무서운 병, 어느 기관 하나 만만하게 볼 것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