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직이 안 될 바에는 차라리 결혼이나 가자.”
직장을 찾아 '취직'하는 대신 결혼을 해 가정주부로서 '취집'한다는 말이다. 여기서 '취집'이란 직장생활을 포기하고 조건에 맞는 결혼을 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하지만 요즘 '취집'은 가정으로 취업한다는 의미로 바뀌었다. 취업을 해서 매일 출근하는 곳이 회사가 아닌 남의 가정집인 것이다.
베이비시터·가사도우미·요양보호사 역할 홈매니저 각광
맞벌이·고령화 시대 수요 급증 유망직종으로 떠올라
■ 가정으로의 취업 '취집'
홈매니저란 베이비시터, 학습시터, 가사도우미, 산후도우미, 실버도우미, 요양보호사 등 가정에서 필요로 하는 도움의 손길을 제공하는 여성인력을 통틀어 말한다. 이전에는 '파출부' '도우미'라는 명칭으로 단순한 가사 보조업무를 담당하던 시대에서 현재 전공자, 교육이수자, 자격증소지자 등 전문인력이 활동하고 있어 전문성을 지닌 여성의 유망직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춘천YWCA를 비롯해 강원도산모도우미 산모피아, 케어시티, 참사랑어머니회 등 홈매니저의 수요가 늘어나는 만큼 관련단체도 활성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춘천YWCA 관계자는 “가정에서의 여성인력 수요는 점차 늘어갈 것”이라며 “가정에로의 취업도 전문화되고 고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 맞벌이, 노인층 증가로 홈매니저 수요 증가
여성인력의 가정으로의 취업은 맞벌이 가정이 일반화되고, 고령화 시대의 노인층 증가, 출산 가정의 베이비시터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확대되고 있다. 20~30대 여성들은 베이비시터나 학습도우미 과외 등 파트타임으로, 30~50대는 가사도우미나 산후도우미 육아도우미 등 풀타임 상용직으로, 50~60대는 실버도우미, 가사도우미로 풀타임 또는 입주도우미 형태로 연령에 맞춰 이뤄지고 있는 실정이다.
산모도우미로 7년째 일을 하고 있다는 김필안(56)씨는 아이들의 표정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게 됐다. 첫아이를 낳고 산후풍이 찾아오는 산모들을 돌봐주고 고쳐주는 일에 뿌뜻함도 느낀다고 한다. 산모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곁에서 돕는 일에 대한 자부심도 갖고 있다.
김 씨는 “친근하게 산모와 아기의 관계를 유지하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나이와는 관계없이 산모도우미 등 가정으로의 취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문성 살리고, 가정 경제에도 보탬되는 1석 2조
남산옥(45)씨는 아이돌보미로 오전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하루 4시간 아이들과 놀아주고 책을 읽어주고 있다.
춘천YWCA에서 교육을 받아 1년간 아이돌보미로 활동했다. 처음에는 낯설고 힘들었지만 이제는 정이 들어 편안하게 아기를 돌봐주고 있다고 한다. 자신도 3명의 어머니인 남 씨는 아이들의 등교를 마치고 직장인 '가정'으로 출근, 남의 아이를 보살핀다. 오후 1시 일이 끝나기 때문에 가정에도 소홀함이 없게 되고, 가정경제에도 보탬을 주니 1석 2조의 효과를 누리고 있다고 기뻐했다.
김상태기자 stkim@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