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소설] 세기의 사냥꾼 (7754)

우리 안의 동물들 ⑦

위크 박사는 더 조사를 해봤다. 독수리 탈출 후에 친하게 된 환경단체 회원 로리양이 그 일을 도와주었다. 조사 결과 일부 야생새들이 철망에 뚫린 구멍으로 동물원 방사장 안으로 들어왔을 뿐만 아니라 수시로 드나들고 있었다. 방사장 안으로 들어와 방사장 인공 못에 있는 미꾸라지, 달팽이 등을 먹고 다시 바깥으로 나갔다. 그리고 본디 방사장 안에서 살고 있던 일부 새도 그들과 함께 방사장 안팎을 드나들고 있었다. 로리양이 말했다. “일부 야생 맹금류 새까지 드나들고 있습니다.” 비둘기보다 조금 큰 작은 매 한 마리가 방사장을 드나들고 있었는데 그 매는 다른 새들을 해치지 않았다.

맹금류는 다른 새를 사냥하려는 본능을 갖고 있으나 거기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맛있는 미꾸라지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었다. 동물이란 살고 있는 생태계가 변화하면 거기에 따라 습성이 변하고 본능까지도 변하는 것 같았다. 방사장 꼭대기에 둥지를 틀고 있던 수십 마리의 새들은 가끔 동물원 상공을 날아다녔으나 멀리 가지는 않았다. 동물원 주변에는 넓은 산림과 초원 호수가 있으나 새들은 그런 곳에 가지 않았다. 먹이가 가까이 있는데 왜 그런 곳에 갈 필요가 있겠는가.

동물원 방사장 철망 꼭대기에 뚫린 구멍은 야생동물과 동물원 동물과의 관계를 시사해주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먹이였으며 창공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의 행동범위는 먹이터를 중심으로 축소되어 있었다. 위크 박사의 조사는 잠시 중단되었다. 동물원 당국이 야생동물들에 의한 전염병 감염을 막기 위해 구멍을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방사장 꼭대기에서 살던 새들은 그곳에서 떠나지 않았다. 동물원 안에 다른 먹이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동물원 안에 있는 우리나 방사장에는 다른 동물이 먹다 남긴 먹이들이 있었다. 코끼리나 코뿔소 영양들의 방사장에는 식물성 먹이가 있고 사자 범 등 육식동물들의 방사장에는 동물성 먹이가 있다. 위크 박사는 그해 10월 초에 동물원에서 떠날 예정이었으나 그걸 좀 연기했다. 또 다른 연구과제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10월이 되자 동물원이 시끄러워졌다. 특히 밤에는 살기가 있는 짐승들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금속 악기에서 나오는 것 같은 날카로운 고함소리가 온 동물원 안에 울려 퍼졌다. 10월은 동물들의 발정시기이고 싸움의 계절이기도 했다. 고함을 지르고 싸움을 벌이고 있는 짐승은 붉은사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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