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양양 법수치계곡이 무법 피서로 썩다니

양양 법수치계곡이 오염돼 신음하고 있다. 피서객들의 무분별한 행위로 청정했던 자연환경이 썩어가는 지경이다. 오염천지로 추락한 모습이다. 이 계곡이 남대천 상류로 양양군민들의 젖줄인 계곡이기에 문제가 심각하다.

법수치계곡은 오대산과 응복산의 우거진 숲에서 발원한 맑은 물이 굽이쳐 절경을 이루고 있다. 어성전부터 법수치까지 10㎞의 물줄기는 바닥까지 투명하게 들여다보이는 1급수 지대였다. 산간지역 특유의 시원한 기온으로 각광받는 피서지다. 이곳이 피서객들의 만행 지대로 돌변했다. 법적으로 금지된 야영과 취사, 세탁이 버젓이 행해지고 여기서 발생한 음식물 찌꺼기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화장실이 단 한 곳도 없는 탓에 산속이 오물투성이여서 악취가 코를 찌른다. 민박집들의 정화시설 미비로 오폐수가 계곡에 무단 방류되고 있다. 일부 펜션에서 주변 잡초 생장을 막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뿌려 풀숲이 시커멓게 타 죽은 모습이다. 어성전 입구부터 즐비한 차량들이 계곡 도로변 마구잡이식 주차는 물론 도로까지 점령한 채 야영을 하는 등 그야말로 무법천지를 무색게 하고 있다. 계곡을 따라 물가에 경쟁이라도 하듯이 점점이 박혀 있는 텐트는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휩쓸릴 수밖에 없는 아찔한 상황이다. 이런 꼴이 위쪽 광불동계곡까지 이어지고 있다. 저질 피서의 본보기로 전락한 광경이다.

우선은 피서의식 실종이다. 그러나 관리행정이 이뤄지지 않는 게 계곡이 죽어가는 주원인이다. 이 계곡은 마을관리휴양지로 지정해 주민들이 운영했었다. 지금은 안전사고의 책임과 관련해 행정기관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인력 부족 등으로 단속의 시선은 펴지 못한 채 쓰레기만 줍는 실정이다. 이 계곡은 남대천을 통해 봄에는 은어, 가을에는 연어가 올라오는 생태계의 신비한 모천이다. 안전사고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총체적 관리체계를 미룰 수 없는 형편이다. 주민들의 주장대로 마을관리휴양지로 다시 지정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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