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영장소 주변 화장실 단 한 곳도 없어
지자체 단속 못 미쳐 겨우 쓰레기 수거만
【양양】'한국의 그랜드캐니언'으로 불릴 만큼 자연의 위대함과 신비로움을 간직하고 있는 법수치 계곡이 환경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양양군 현북면 법수치 계곡은 불가의 법수(法水)가 흐른다는 맑은 곳으로 오대산과 응복산의 골짜기를 타고 굽이치는 급류가 만든 계곡은 어성전까지 이어지고 물줄기는 남대천으로 흐른다.
어성전부터 법수치까지 10㎞ 이상 이어지는 계곡은 한마디로 기암괴석과 칡, 다래넝쿨이 한데 어우러져 있고 원시림처럼 우거진 숲, 깨끗한 물이 만들어내는 한폭의 그림같은 절경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
바닥까지 보이는 1급수 계곡에는 꺽지, 쏘가리, 가재 등이 서식하고 있으며 보고만 있어도 오싹할 만큼 차가운 계곡물은 청정 강원의 자랑이다.
그러나 4일 찾은 법수치 계곡은 죽어가고 있었다.
어성전 입구부터 즐비한 차량들이 법수치 계곡 근처 도로까지 점령한 채 야영을 하고 있었다. 옥수같은 계곡물이 급류를 이루는 계곡을 따라 점점이 박혀 있는 텐트는 밤새 폭우라도 내리면 순식간에 휩쓸릴 수밖에 없을 것 처럼 아찔했다.
12년 전부터 법수치리에 펜션을 짓고 살아온 한 주민의 안내를 받아 법수치 주민들도 모르는 광불동 계곡까지 들어갔다.
광불동 계곡은 법수치 계곡의 끝자락 팥밭무기교에서 시작되며 인적이 드문 숲이라 초록이 짙고 길도 좁아 차량 교행조차 힘들지만 이곳까지도 피서객들이 찾아와 야영을 하며 오염행위를 서슴지 않고 있었다.
또 일부 펜션주변에는 잡초가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맹독성 농약을 뿌려서인지 시커멓게 타들어가 법수치 계곡이 병들어 가는 모습을 말해 주는 듯했다.
법수치 계곡은 한때 마을관리 휴양지로 지정해 마을주민들이 운영하기도 했으나 안전사고 시 책임문제로 지금은 행정에서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산간계곡에서 취사 및 야영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나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 채 행정에서 쓰레기만 줍고 있는 실정이다. 계곡을 따라 무분별한 야영장소에는 화장실이 단 한 곳도 없어 산속 곳곳이 오물에 노출된 채 악취까지 났다.
주민들은 “야영객들이 해마다 수백명씩 찾아오지만 지역농산물 판매 등에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계곡 주변만 오염시키고 있다”며 “마을관리 휴양지로 정하는 등 제대로 된 관리체계를 통해 계곡의 오염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군 관계자는 “피서객들이 몰릴 경우 야영과 취사행위 단속에 어려움이 많아 쓰레기 수거 위주의 행정력을 투입하고 있다”며 “피서객 안전사고와 환경오염 예방을 위한 종합적인 관리체계를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경웅기자 kwlee@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