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일반

[강원논단]미래 가치높은 `생태환경'을 지키자

깊은 산중이라 '눈 뜨면 만나는 초록의 산이 있고 언제나 쉼 없이 흐르는 개천이 있어 온갖 생명이 기대어 살 수 있어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갖지만 요즘은 앞으로도 이 숲이 진짜 온전한 녹색으로 버텨낼 수 있을까 혹은 뭇 생명들이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물로 과연 유지될 것인가를 걱정하곤 한다.

올 초 생태학교 앞 시멘트 도로 포장 공사가 끝나자마자 부동산 업자가 기다렸다는 듯이 공사를 시작했다. 늘 귀를 즐겁게 해 주었던 새 소리 대신에 요란한 굴착기의 굉음이 귀를 괴롭히고 산자락의 돌과 흙을 퍼 나르는 차량의 흙먼지로 맑고 고왔던 식물들의 잎에 먼지가 켜켜이 쌓여 뿌옇게 변했다. 흙을 닮아 편안했던 조그만 시골길은 이제 길을 건너는 모든 작은 생명에 죽음의 길이 되었다. 자동차에 치여 압사당하는 생명들의 로드킬(Road kill)이 다반사가 되었고 길가 양지바른 나무마다 풀마다 깃들여 살던 수많은 생명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널브러진 각종 곤충의 시체와 뱀, 개구리, 두꺼비 등의 잔해를 수습하면서 한없이 눈물을 흘린다.

그동안 숲을 이루며 물을 가두었다가 일 년 내내 천천히 내려보내던 나무들이 잘리고 그 자리에 계단식 부지가 만들어져 벌겋게 속살을 보이면서 적은 비로도 토사가 깎이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했다. 흙탕물이 빈번해져 맑은 물에 사는 가재나 하루살이, 날도래와 강도래 등 수서생물도 서식하기 힘든 곳이 되었고 물난리까지 당할까 큰 걱정이다. 곤충을 위한 서식지를 만들겠다고 조금씩 변형해 조성한 생태학교도 자연 상태보다는 덜 좋았을 것이다. 짧지 않은 12년 동안 '나' 때문에 상처받은 생명들을 위해 보상하듯 차근차근 심었던 풀과 나무가 다시 숲이 돼 이제 그 속에서 생명들을 어루만질 수 있는 환경이 된 것을 보며 뿌듯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단 한 명의 부동산 업자가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을 지닌 산골 보고(寶庫)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길 하나 포장하고 나무 베어 내면서도 이렇게 참혹한 생태계 변화가 발생하는데 전 국토를 가로지르는 하수도는 절대 안 된다.

4대 강 본류와 지류, 지방하천 등 대한민국의 강이란 강은 모두 사업 대상에 포함시켜 파헤치고, 차제에 주변까지 다 개발을 해서 리조트를 만드는 식으로 확대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무슨 경제회복 조치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이명박정부의 선봉대를 자처하고 나선 지방자치단체들도 4대강 살리기에 찬성하는 것은 인근 주민의 소득 증대와 지역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기대치는 높지만 태생적으로 생태와 대운하는 상극으로 '금수강촌 만들기' '문화가 흐르는 4대 강' 등의 프로젝트는 결코 실현될 수 없는 픽션일 뿐이다. 자연은 근거 없는 시나리오대로 진행되지 않는 현실이고 그 각본이 무너지면 너무 흔해서 보이지 않았던 미래의 가장 큰 부가가치인 생물과 환경이 한 번에 무너질 것이다. 파괴적 성장으로 쇠약할 대로 쇠약해진 산하에 또 삽질이면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큰 상처로 회복 불능이 된 금수강산을 정녕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 생명들이 범벅되어 있는 강을 깔끔해 보이는 그림으로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하거나 자연과의 관계를 하찮게 여겨 자연스레 유지하기보다는 길들이려 하는 이질적 제어 시스템인 4대강 살리기는 초록과 개천을 결코 회복할 수 없는 상황으로 만들 것이다.

온전히 국민의 몫이 되는 아까운 부채로 4대강 살리기 한다고 설치지 말고 지속가능한 고용창출을 할 수 있는 태양광, 풍력에너지를 산업화할 실질적 투자와 세계 최강의 IT를 가속화하거나 국민의 교육열에 뒷북만 치는 만성적 고질병인 교육 시스템을 개선하고, 극단의 빈부차를 줄일 수 있는 복지 등 당장 필요한 영역에 써야 한다. 작은 바람이 있다면 물론 대운하가 강원도(정책)에 좌우되는 상황은 아니지만 가장 높은 생물다양성을 갖고 있고 그로 해서 장차의 부(富)를 이뤄낼 수 있는 강원도만은 '아니다' '안 된다'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강운 홀로세생태학교장 농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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