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 한다.해마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황사(黃砂) 때문이다.근년에는 그 현상이 불청객 수준을 넘어 재해로 불릴 정도다.날씨가 요사스러워도 인간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한가.황사로 한몫 챙기는 실속파들이 속속 등장했다.황사 예방과 후유증 치료용품으로 특수를 누리는 업계다.발빠른 황사 마케팅이다.이들에게는 ‘황사 불어 좋은 날’이다.▼올해 황사가 어느 해보다 심할 것이라는 예보가 있었다.관련 업계 입장에서는 더없는 희소식이다.‘금(金)겹살’이라 일컫지만 삼겹살 판매도 부쩍 늘었다.TV 홈쇼핑 아토피 전용 화장품은 시청률이 높지 않은 시간대에도 목표의 30%를 넘는 매출을 올렸다고 한다.목캔디는 황사철인 3∼5월의 매출이 연중 가장 높다.마스크는 물론이고 목욕용품 등의 세제가 생필품 진열장 맨 앞을 차지했다.패스트푸드점들은 스트레스와 몸 안의 각종 유해물질을 배출·제거해주는 효과가 있는 메뉴 ‘디톡스 푸드(Detox food)’를 내놓았다.▼황사의 진원지인 중국이 50년 만에 찾아온 가뭄을 겪고 있다는 소식은 증권가도 술렁이게 했다.정보가 첨예하게 작용하는 증권가이니 민감했다.황사 예보에 제약회사, 안과용 의료기기 전문업체, 공기청정기와 필터 생산업체, 축산방역제품 제조업체 등의 주가가 한결같이 강세를 보였다.그러나 정작 황사가 우리나라에 상륙하자 관련주들이 줄줄이 하락세를 나타냈다.주가가 오르자 차익을 노린 매물이 넘쳐난데 따른 현상이다.역시 주객(株客)들은 우주현상까지도 이용하는 첨단이다.▼황사주의보 해제로 마스크족들이 사라져 거리가 유난히 화창하다.황사가 반가운 곳이 또 있으니 노화된 토양과 썩어가는 바다다.우리나라 토양은 pH5.2(중성은 pH7)로 산성화돼 있다.황사가 산성 토양을 중성으로 만드니 객토 효과다.한편 바다에서 황사는 적조 발생 때 뿌리는 황토와 같은 역할을 한다.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도움을 주는 황사다.독(毒)이니 해독(害毒) 효과도 지니는 법, 만물은 제 나름대로 필요한 곳이 있다.용호선논설위원·yonghs@kw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