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온난화 … 고랭지가 사라진다

대관령 등 최근 30년간 1도 상승 대체작목 육성 시급

【정선】지구 온난화로 고랭지(高冷地)가 사라지고 있다.

강원도만의 독점 자산이었던 고랭지채소의 전국시장 지배력 약화가 우려되는 등 기후변화가 강원농업에 직격탄을 가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고령지농업연구센터가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는 최근 100년간 0.74도, 한반도는 1.5도로 두 배 이상 올랐지만 대관령 등 고랭지대는 최근 30년간 1도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재훈 농촌진흥청박사는 “관측소가 있는 해발 840m의 대관령의 경우 2000년 들어 최고기온이 12도를 넘어서고 있다”며 “사실상 해발 400∼600m는 고랭지라고 볼 수 없는 상황마저 초래되고 있다”고 했다.

강원지방기상청 자료에 따르면 대관령의 7월 최고기온의 경우 1977년 한때 32도를 기록했지만 2005년 31.9도, 2004년과 2001년 각각 31.3도 등 2000년 들어 고온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전에 없었던 도로 개설 등 고지대 개발이 이뤄지면서 나타나는 ‘열섬현상’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후 변화의 이상 징후는 가장 먼저 일선 농민들이 체감하고 있다.

고랭지채소 농민인 전제일(51·정선)씨는 “최근 수년간 정선을 비롯한 고랭지채소 재배지에서 남부지방에서나 발병하던 배추속썩음병(속칭 꿀통병)이 자주 생기고 있다”며 “앞으로 해발 400∼600m의 고랭지에서 재배를 계속할 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또 대구가 주산지였던 사과의 경우 수년전부터 재배 가능선이 북상하면서 강원 남부지방인 영월 평창 정선지역에서까지 재배가 가능해졌다.

조성학 강원농협경제부본부장은 “고랭지뿐만 아니라 올해 춘천과 홍천 등 영서지역의 애호박이나 토마토 가지 등 과채류의 출하시기가 지구온난화로 15일에서 1달가량 빨라졌다”며 “때문에 올해 남부지방의 끝물 출하와 겹치면서 과잉생산으로 가격 폭락으로 이어져 올해 유독 산지폐기가 많았다”고 했다.

강종원 강원발전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지구온난화로 장기적으로 한계 생산지인 해발 500m 안팎의 밭지대는 고랭지채소에 부적합한 만큼 대체작물 개발이 필요하다”며 “도와 시·군, 농민 등이 머리를 맞대고 기후 변화에 따른 대체작물 연구 등 중장기적인 접근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류재일기자 cool@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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