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언중언]송정산업단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회과학의 화두는 초강대국 간 대립으로 인한 제3차 대전의 가능성이었다. 이런 우려는 동서 간의 갈등이 종식된 1980년대 중엽 이후 세계질서의 변화와 더불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그러나 제3차 대전의 공포는 감소한 반면 새로운 형태의 국제문제가 대두됐다. 바로 환경문제다. ▼한 국가의 무책임한 환경 이용은 다른 국가와 그 구성원들에게 심각한 영향과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문제는 안보의제로 전환될 수도 있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먼저 선거과정에서 후보자들에 의해 지역개발 공약이 남발되고 이로 인해 개발 지향주의가 만연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되었거나 낙후된 곳이라고 인식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개발을 내세우는 후보자를 당선시킴으로써 환경 파괴적인 개발정책이 추진될 개연성이 농후하다. 또한 당선자들도 대규모 투자 재원이 소요되면서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 힘든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보다는 쉽게 눈에 띄는 새로운 개발사업에 우선순위를 두게 된다. ▼더욱이 민선 자치단체장도 각종 공약의 실천을 위해 재원 마련이 절실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치단체장은 자체적인 재원 조달을 위해 공단 조성이나 공해기업 유치와 같은 환경 파괴적인 개발우선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환경에의 악영향을 이유로 미뤄왔던 공해기업의 설치 허가 건수가 민선 자치단체장 이후 오히려 증가하는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동해시 송정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단 7일 만에 끝나 화제다. 특히 동해항 임항철도 노선을 둘러싼 도와 동해지방해양항만청 간 이견으로 내년 5월 가동에 차질이 우려됐던 LS전선 공장도 환경영향평가가 최단기간에 끝나며 정상을 되찾았다. 환경보전과 개발을 통한 성장은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가 아니라 풍요롭고 쾌적한 미래를 위한 동반자적 관계다. 그 씨앗이 송정산업단지에 뿌려져 활짝 피었으면 좋겠다. 권혁순논설위원· hsgweon@kw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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