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김영한 작가의 사진전이 ‘나한과 석탑’을 주제로 오대산 월정사 성보박물관 회랑에서 마련된다. 오랜 기간 한국 전통문화, 특히 불교 예술에 깊은 관심을 가져온 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나한과 석탑을 주제로 우리 고유의 미학과 역사를 담아낸 작품들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조선왕릉, 꽃살문, 사천왕, 나한에 이어 석탑의 자태를 담아내는 여정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석탑은 긴 세월 동안 사찰의 하늘을 받치고, 땅을 지켜온 무언의 존재다. 김 작가는 그 고요하고 단단한 형상 안에서 시간이 깃든 사색의 빛을 길어 올린다.

그의 작품은 석탑 특유의 투박한 질감과 균형 잡힌 곡선을 넘어 바람과 햇살, 이끼와 대화하는 탑의 순간을 포착해낸다. 탑과 자연이 서로를 끌어안는 숨결 같은 장면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한참 머물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화사한 장식을 머리에 이고 하늘을 향하고 있는 평창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의 웅장함, 바위 위에 우뚝 솟아 난 인제 봉정암 오층석탑의 고즈넉함 등 다채로운 아름다움을 내고 있는 우리 탑들의 향연을 만날 수 있다. 김 작가는 석탑과 함께 나한의 다양한 모습도 사진에 담았다. 나한은 본래 ‘아라한’의 줄임말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렀으나 열반에 들기를 미룬 채 이 땅에 남아 불법을 수호하고 중생을 이롭게 하는 소임을 지닌 불제자를 뜻한다.

부처상은 크고 엄숙한 데 비해 나한은 친밀감이 담긴 표정과 행동으로 인간의 희로애락을 담았다. 이번 전시에서는 2001년 영월에서 발견된 오백나한의 모습을 비롯해 여주 목아불교박물관, 영천 충효사 등에서 포착한 다양한 표정의 나한상을 만나 볼 수 있다. 심창섭 사진가의 평론처럼 ‘미사여구를 배제한 담백한 시선’이 작품 곳곳에서 느껴지는 작품들이다. 김작가는 “부처님 오신날을 중심으로 한 좋은 계절에 전시를 마련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많은 분들이 아름답고 의미있는 불교문화유산, 나한과 석탑의 자태를 감상하시고 공감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나한 25점, 석탑 25점이 전시되는 이번 사진전은 오는 7월31일까지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