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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탄이 새긴 달빛…이재삼 ‘달빛녹취록 2020-2024’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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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와 부재, 생성과 소멸을 넘나드는 목탄 회화의 세계”

이재삼 작 ‘달빛녹취록 Vol.1’

제3회 박수근미술상 수상자 이재삼 작가의 ‘달빛’ 연작 완결판을 만날 수 있는 ‘달빛녹취록 2020-2024’전이 오는 4월20일까지 서울 사비나미술관에서 마련된다. 이작가는 유화나 아크릴 대신 목탄을 사용해 깊고, 무한한 검은색의 세계를 탐구하며, 자연과 시간의 순환을 화폭에 담아 오는 유니크한 작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4년간 작업한 결과물을 최초로 공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목탄’, ‘검은색’, ‘달빛’이라는 세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존재와 부재, 생성과 소멸이 교차하는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펼쳐낸다. 전시는 모두 세 개의 섹션으로 구성된다. 미술관 2층에서는 ‘수중월(水中月)’, 물속에 비친 달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물안개가 자욱한 밤의 풍경과 폭포 위로 스며든 달빛을 담은 작품들은 순간과 영원을 함께 사유하도록 이끈다. 특히, 높이 5미터, 가로 22미터에 달하는 대형 회화는 왕버들나무를 중심으로 달빛이 감도는 신비로운 숲의 풍경을 압도적인 스케일로 담아낸다.

이재삼 작 ‘달빛녹취록 Vol.2’

3층에 자리한 ‘심중월(心中月)’ 섹션은 ‘마음속의 달’을 의미하며, 자연 속에서 생명과 감각이 깨어나는 순간을 그려낸다. 전남 광양의 옥룡사지 동백나무 숲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 대표적으로, 섬세한 목탄의 질감을 통해 은은한 달빛이 나무들을 부드럽게 감싸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 공간에서는 밤의 적막 속에서도 자연이 품고 있는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4층에서는 ‘검묵의 탄생’이라는 주제로 작가의 초기 작업과 목탄이라는 재료에 대한 실험적 탐구 과정을 조명한다.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제작된 초기 목탄화와 인물화, 그리고 작가의 자화상이 전시되는 이 공간에서는 목탄을 단순한 소묘 도구에서 독창적인 회화적 표현 매체로 발전시키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극사실주의적 기법이 돋보이는 인물화 연작을 통해 관람객들은 작가의 예술적 뿌리와 함께 목탄이라는 재료가 가진 무한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

이재삼 작 ‘저너머’

한편 전시장에서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검은색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운영되고, 3월15일에는 미술평론가 변종필씨와 함께 진행하는 아티스트 토크도 진행될 예정이다. 문의는 (02)736-4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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