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일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경쟁력" 인구 3,000명 마을이 300만명 찾는 힐링 명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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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와의 활발한 교류로 돌파구 마련
세타가와구의 적극적인 투자 및 지원 바탕
농산물 직거래장·카페·레스토랑 있는 휴게소 전국 명소로

마을기업 '전원플라자'와 세타가야구와의 도농교류로 마을 살리기에 성공한 일본 군마현 가와바촌. 농업과 임업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주민들에게 전원플라자는 소득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누적 방문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활발한 도농교류는 마을살리기 토대를 마련했다. 신세희기자

"시설이라고 부를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는, 말 그대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우리 마을의 경쟁력입니다. 64세 이상 인구가 40%가 넘는 초고령화 마을이지만 일본에서 소멸을 피해가는 몇 안되는 작은 마을이기도 하지요"

복잡한 도심을 떠나온지 2시간 남짓. 창 밖 풍경이 조금씩 푸른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도쿄에서 130km 떨어진 일본의 작은 농촌마을, 군마현 가와바촌이다.

인구 3,000명의 이 작은 마을에는 '전원플라자'가 있다. 일본 내 1,300여개에 달하는 미치노에키(휴게소) 가운데 방문객수 선두를 다투고 있는 곳이다.

토야마 쿄타로 가와바촌장은 "'전원 플라자'의 부지가 6만㎡(6핵타르)에 달하는데 40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게 하나도 없다"며 "그것이 가와바촌의 최대 매력"이라고 말했다.

마을기업 '전원플라자'와 세타가야구와의 도농교류로 마을 살리기에 성공한 일본 군마현 가와바촌. 농업과 임업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주민들에게 전원플라자는 소득 안정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 누적 방문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활발한 도농교류는 마을살리기 토대를 마련했다. 신세희기자

■ 지역소멸지역에서 300만명 불러 들이는 마을로=1971년, 가와바촌은 일본 정부로부터' 인구소멸지역' 판정을 받았다. 당시 인구 4,000명에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역인만큼 대다수의 다른 마을이 그렇듯 인접한 지역에 편입될 운명이었다. 그로부터 53년이 지난 2024년, 예상을 뒤엎고 가와바촌은 생존에 성공했다. 생존 뿐 아니라 마을기업 설립 및 도농교류, 관광사업 확대 등으로 지방소멸을 성공적으로 극복한 일본 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비결은 무엇일까.

시작은 1981년 시작된 도쿄 세타가야구와의 자매결연이었다. 세타가야구는 일본 도심지역의 대표적인 부촌으로 꼽힌다.

토아먀 쿄타로 가와바 촌장은 "단순한 결연이 아니라 '결혼'"이라며 "당시 가와바촌 뿐 아니라 52개 마을이 세타가야구와의 결연을 희망했는데 엄중한 심사 끝에 결국 우리가 선택 받았다"고 말했다.

당시 도쿄는 ‘제2의 고향찾기 운동’ 을 추진했었다. 도쿄 내 자치구와 농촌지역 자치구 간 자매결연을 추진해 도농교류를 활성화하고, 침체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취지였다.

토야마 촌장은 "심사에서 가와바촌이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요인은 바로 '아무것도 없는 풍경' 그대로였기 때문"이라며 "국도도, 철도도, 송전선도 없는 농촌마을의 깨끗한 모습을 세타가야구 입장에서는 '보물'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 전국 인기 휴게소 1,2위를 다투는 '전원플라자' 인근 풍경은 처음 생겼던 40여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하나도 없다. 그것이 가와바촌의 최대 매력"이라고 했다.

■ 도시의 적극적 과감한 투자가 디딤돌 = 가와바촌과 세타가야구는 그 해부터 본격적인 교류에 들어갔다. 세타가야구는 가와바촌에 학생 및 구민들이 머물 수 있는 숙박 및 체험 시설을 만들었고, 가와바촌은 이를 위탁받아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세타가야구에 사는 초등학생들은 5학년이 되면 무조건 2박3일동안 가와바촌에 와 체험할 수 있도록 정규 교육과정이 개편됐다. 현재도 이 프로그램은 활발하게 운영중이다.

세타가야구 초등학교 5학년생 농촌체험 이동교실에 이용되는 후지야마빌리지. 사진=신세희기자

일반 성인들도 주중이나 주말에 해당 시설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거창하지 않다. 가와바촌에서 생산한 농산물로 '카레라이스'를 만든다거나 눈이 오면 눈사람을 만들고, 스키 체험을 하는 식이다. 성인들은 농업기술 체험이나 등산하기, 마을 투어, 온천 등을 하며 조용한 휴식시간을 갖는다.

모든 프로그램에는 마을 주민이 투입돼 양 측의 유대를 강화하고, 일자리 제공 및 경제적 이익도 함께 창출한다.

이 체험 숙박시설에는 1964년부터 지금까지 223만명이 다녀갔다. 오랜 교류 기간만큼 대를 이어 방문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세타가야구 초등학교 5학년생 농촌체험 이동교실에 이용되는 후지야마빌리지. 사진=신세희기자

■ 작은 시골마을 '휴게소'가 힐링 명소로 = 가와바촌과 세타가야구 고향공사, 금융사 등이 공동으로 설립한 '전원플라자 주식회사'는 이 교류의 최대 성과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원 플라자'는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휴게소와 비슷한 시설로 운전자에게 휴식공간과 도로 교통 정보를 제공하면서 인접한 마을의 농산물도 함께 살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가와바 전원플라자 내 파머스마켓. 도로 휴게소에 위치한 이곳에서 관광객들은 지역주민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지역 대표 특산물을 합리적인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사진=신세희기자

일본에는 이런 '미치노에키'가 약 1,300여개 정도 운영되고 있는데 이 가운데 가와바촌의 '전원 플라자'는 방문객 수 1,2위를 다투고 있다. 2007년까지만 해도 방문객 수는 60만명에 그쳤으나 2022년 240만명, 지난해 260만명으로 증가했고, 올해 300만명 돌파를 앞두고 있다. 마을인구의 약 1,000배 규모다.

가와바 전원플라자 내 파머스마켓. '오늘 사과가 인기가 많아 매진 상태'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신세희기자

가와바 전원플라자 내 파머스마켓에서 방문객이 판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신세희기자

'전원플라자' 내에는 25개 매장이 있는데 이 가운데 핵심은 농산물 직판장인 '파머스마켓'이다. 가와바촌 주민들이 직접 지역에서 생산한 야채와 과일을 파는 일종의 직매장이다. 900가구 가운데 600여가구가 이 곳에서 농산물을 판매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올린다.

'전원 플라자' 의 연간 매출은 220억원 정도로 이 가운데 30% 정도가 '파머스마켓'에서 나온다.

나가이 쇼이치 전원플라자 사장은 "방문객 240만명이라는 것은 우리도 전혀 에상하지 못했다"며 "물리적인 외연 확장보다는 온라인 마케팅 쪽으로 집중하고, 방문객들의 만족도 향상에 대해 더욱 힘쓸 것"이라고 했다.

이 기사는 강원특별자치도 지역 언론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아 취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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