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일반

서울대병원·세브란스병원·고려대병원 오늘 외래 진료·수술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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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진료과 접수창구 텅 비어…연락 못받고 병원 찾았다 당황하기도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2개월 넘게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가운을 두고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속보=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2개월 넘게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인 '빅5'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근무하는 교수들이 30일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다.

여기에 강경파인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내달 1일 취임하면서 향후 의사단체들의 투쟁이 더 격해질 가능성도 더 커지고 있다.

의료계에 따르면 빅5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은 이날 하루 수술과 외래 진료를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응급·중증 환자와 입원 환자에 대한 진료는 유지된다.

수도권에서는 분당서울대병원이 소속 교수 508명 가운데 상당수가 휴진하며, 용인세브란스병원과 고대안산병원도 휴진에 동참한다.

지방에서는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병원 교수들이 이날 하루 진료를 보지 않는다.

다른 '빅5' 가운데 서울아산병원은 다음달 3일 진료과별 상황에 맞춰 일반 환자 진료와 수술을 멈춘다.

이는 서울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의 결정에 따른 것으로 울산대병원도 같은날 휴진한다.

서울성모병원은 다음달 3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 진료와 비응급 수술을 멈춘다.

삼성서울병원 교수들은 진료와 수술이 없는 날을 골라 하루 쉴 예정이다.

앞서 성균관의대 교수 비대위는 삼성서울병원과 강북삼성병원, 삼성창원병원 교수들에게 "주 52시간 근무 시간을 지키되 근무시간 초과로 피로가 누적된 교수는 주 1회 외래나 수술 등 진료 없는 날을 휴진일로 정해 휴식을 가져 달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의과대학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이 2개월 넘게 장기화 되고 있는 가운데,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를 제출한 뒤 가운을 두고 떠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대전성모병원에서도 서울성모병원과 발맞춰 3일에 휴진할 예정이고, 건양대병원 교수들도 같은 날을 휴진일로 정했다.

지난 5일부터 이미 매주 금요일 휴진을 해온 충북대병원은 이번 주 금요일에도 마찬가지로 휴진한다

교수들의 휴진은 각 의대 교수 비대위 차원의 결정으로, 교수들은 자율적으로 동참 여부를 선택한다.

한편, 이날 어머니의 심장 수술 후 예후를 살피기 위해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를 찾은 이모(53)씨는 "내달 3일에도 병원을 찾아야 하는데 휴진하면 어쩌나 하며 걱정이 든다"며 "의사들이 환자 곁을 떠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딸의 둘째 출산을 위해 서울대병원 산부인과를 찾은 조모(52)씨는 "딸이 분만을 앞두고 있어서 병원에 입원해 있다"며 "우리 딸은 입원해 있지만 혹여나 진료가 미뤄지는 다른 환자들을 생각하면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 강모(57)씨는 "휴진 안내는 못 받아 일단 예약 잡힌 일정대로 왔다"면서 불안함을 숨기지 못했다.

출산을 앞두고 산부인과 진료를 보러 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원지영(38)씨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원씨는 "저는 쌍둥이라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꼭 선생님을 통해 출산해야 하는데 그만두실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고대 안암병원에 식도암으로 입원해 진료받고 있는 박모(55)씨는 "교수들이 잔뜩 피곤하고 초췌한 얼굴로 진료하는 걸 보면 마음이 짠해지기도 한다"면서도 "혹시 우리 교수님도 나오지 않으시는 건 아닌지 환자들도 많이 걱정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간이식 수술 뒤 경과를 확인하려 경기 평택시에서 올라온 고모(57)씨도 "오전 8시에 병원에 도착했는데 오늘 진료가 취소되는 건 아닌지 접수 전까지 마음을 졸였다"고 털어놨다.

사진=연합뉴스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산부인과 등 일부 교수들이 외래 진료를 중단한 분당서울대병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소아청소년과 외래 진료 접수창구 앞에 수십 명이 앉을 수 있게 설치돼 있는 의자는 텅 빈 채 썰렁했다.

평소라면 접수를 기다리는 어린이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겠지만 이날은 외래 진료 휴진으로 찾아온 환자들이 없어 조용했다.

인근 이비인후과 외래 진료실 앞 무인 접수 기계 앞에는 '외래 휴진', '검사 있으신 분은 해당 검사실로 가서 접수하세요'라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었다.

병원에 따르면 이 병원 소속 교수 508명 가운데 절반 이하의 교수가 휴진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부 진료과의 외래 휴진으로 이날 외래 진료 인원이 예정된 7천여명에서 30%가량 줄어든 4천900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휴진 인원을 확인 중"이라며 "평소보다 많은 교수가 전면 휴진에 나선 것으로 보이나 절반 이상의 인원이 여전히 근무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진 피로 누적으로 가정의학과를 비롯한 일부 과가 하루 휴진에 들어간 경상국립대병원도 평소와 비교해 대기실 인원이 줄었다.

진료를 위해 대기 중이던 30대 정모 씨는 "따로 연락받은 게 없어서 오늘이 일부 과 휴진인지도 몰랐는데 오늘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은 매우 불편할 것 같다"며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돼 의료진들이 현장으로 돌아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접수창구의 한 직원은 "정확하게 어떤 과에서 휴진하는지 따로 공지하지 않아 알 수 없다"며 "다만 평소와 비교해 환자 발길이 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휴진에 나선 의료진은 집단행동에 나선 전공의들의 무사 복귀와 격무에 시달리는 의료진을 위해선 휴진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오전 세브란스병원에서 피케팅에 나선 안석균 연세대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전공의와 학생이 무사히 복귀하는 게 목표"라며 "정부가 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전공의와 학생이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교수들은 정부가 증원을 확정·발표하면 휴진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26일 총회를 열고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휴진 기간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주 1회인 휴진을 확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달 1일 공식 취임하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은 강경 대응에 불을 당길 것으로 보인다.

임 당선인은 지난 28일 의협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정부가 우선적으로 2천명 의대 증원 발표,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의료계는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며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계는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며, 어떠한 협상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최전선에서 사투하고 있는 전투병의 심정으로 결연하고 강한 모습으로 대응하겠다"며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올바른 목소리를 낼 것이고, 의료를 사지로 몰아가는 정책은 죽을 각오로 막아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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