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반

[책]“고통의 터널에서 전하는 삶의 숨결”

문혜영 시인 시집 ‘숨결’ 상재

문혜영 作 ‘숨결’

“마법 같은 내 인생에 또 한 번의 봄을 허락하셨다”

원주수필문학 초대회장인 문혜영 시인이 시집 ‘숨결’을 펴냈다. 세 번째 암과 싸우며 완성한 시집. 문 시인은 고통의 시간을 발효시켜 100여 편의 시를 써내려갔다. 2022년 수필집 ‘시간을 건너오는 기억’으로 수상의 기쁨을 누리기 무섭게 찾아온 세 번째 암 선고. 기나긴 투병의 터널 속에서 문 시인은 담담히 펜을 들었다.

“중심을 잃었던 게 한두 번인가/다시 일어나는 힘은 어디에서 왔을까/아직 숨을 고르며 무대를 바라본다/꿈결로 흘러간 이번 생!”(환幻이어도 좋았다 中)

4기 암. 육신의 고통 앞 의연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시집을 읽는 내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이 맴돌았다.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다 했다. 고통의 시간에 흔들리면서도 부단히 써내려간 문 시인의 시는 거친 땅에 뿌리 내린 한 떨기 들꽃처럼 독자들의 마음에 깊게 뿌리내린다.

옅어지는 웃음과 부쩍 부산해진 꿈길. 울음조차 나오지 않는 허탈함 사이로 육체는 점점 생기를 잃었다. 매일 또다시 반복되는 절망은 주변 모두를 삼켰다. 하지만 고통은 시의 생기마저 앗아가진 못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순간도, 다시 마음을 다잡던 순간도 모두 시어가 됐다.

“먹구름은 안된다/가벼워져야 한다/마지막 숨 풀어놓고/훠이 훠이 먼 길 가려면”(먼 길 가려면 中)

문혜영 시인은 “계절이 여러 번 흐르는 동안 아픔과 눈맞춤 하며 녹여낸 시들이 고통을 공감하는 누군가에겐 궂은 비 지난 뒤 낙수로 떨어지는 맑은 물방울처럼, 해풍 걷힌 뒤 모래톱에 남겨진 물새 발자국처럼 가 닿을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담백한 시어로 전하는 삶에 대한 절절한 경외를 만나본다. 열린출판 刊, 157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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