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강원포럼]성급한 늘봄학교, 학교만 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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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국영 강원입시포럼 대표

지난해 하반기 이후 많은 교육 정책이 개정되며 학교 일선에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중 ‘늘 봄처럼 따뜻한 학교’라는 뜻의 늘봄 학교 정책은 평일 방과 후 일정 동안 학교에서 학생을 돌봐주는 제도로, 교육 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자녀 양육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여성 경력 단절과 초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겠다는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취지와는 달리 현장에서는 충분한 준비과정이 없어 혼란만 빚어지는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가돌봄정책인 늘봄 학교는 지난달 4일부터 전국 2,741개교에서 시행됐지만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교원단체는 늘봄 학교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최근 ‘1학기 늘봄 학교 실태조사’ 기자회견에서 수업 준비 차질 등 전국 611개교(22%)에서 파행 사례가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무분별한 기간제 교사 채용, 각종 민원 증가, 공간 부족으로 교육과정 운영에 악영향을 끼치는 파행 사례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현장 교사들은 늘봄 학교 정책으로 발생한 혼란의 주요 원인으로 미흡한 준비 상태를 지적한다. 전교조 강원지부 정책실장은 기자 회견에서 “교육청은 올 2월 셋째 주에서야 늘봄학교 기간제교사 채용을 시작했고, 현장엔 이틀 뒤 공문이 왔다”며 ‘단 2일 만에 늘봄 프로그램 강사를 구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대부분의 학교 현장에서 늘봄 학교는 교사들에 의해 땜질식으로 운영 중인 상황으로, 운영에 필요한 공간도 부족해 일반 교실을 활용하고 있다. 이에 교사들은 복도에서 수업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실제 인력 충원이 절실한 곳에는 늘봄 전담사가 충분히 배정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심지어는 늘봄 대상자가 없는 학교에 늘봄 전담사가 배정된 촌극도 벌어졌다고 한다.

가장 큰 문제는 늘봄 학교를 운영할 충분한 교사 인력의 확보다. 학교 선생님들이 돌봄 교실까지 운영하기엔 한계가 있고, 자칫 업무 부담이 늘어나 본수업이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 현장에는 초등 출신 교사가 많지가 않기 때문에 중등 출신 교사들이라도 기간제교사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늘봄 학교 프로그램의 질적 문제도 고민해보아야 한다. 시간만 때우며 아이들을 방치하기보단 해당 시간을 유의미하게 꾸릴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이 절실하다. 전반적인 기조는 각 학교 자율에 맡기되 정부 차원에서 대학, 민간, 기업 등에 협조를 요청해 AI, 소프트웨어 등 미래사회에 대비한 프로그램을 포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학생이 학교에서 머무는 시간을 늘리는 늘봄 학교 정책보다, 학부모들이 집으로 빨리 돌아올 수 있게 하는 ‘늘집 정책’을 추진하는 게 낫지 않을까? 늘봄 학교에 쓰이는 돈으로 차라리 부모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해 줌으로써 근로 시간을 단축해 퇴근을 일찍 시켜주는 고민도 해볼 만하다.

이번 늘봄 학교 정책을 통해 정부에게 요구되는 것은 교육 정책을 학교 현장에 무턱대고 밀어 넣기 전에 먼저 현장 구성원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육 정책에 대해 항상 현장 교사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늘봄 학교 정책은 성급한 교육 정책의 예고된 실패를 보여준다. 교육에 접근할 때는 더욱 많은 준비와 깊은 고민이 필요하며, 장기적인 전망과 함께 착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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