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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대경]‘애플레이션’ 원인과 대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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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 도농업기술원장

2011년 국내 사과의 70%를 차지하는 후지 품종에서 갈색무늬병이 발생해 크게 확산됐다. 2012년에는 태풍 볼라벤으로 수확기에 접어든 사과가 맥없이 떨어졌다. 이 시기 사과 생산량은 2023년과 비슷한 38만~42만톤 수준이었다. 2023년 기준 1인당 사과 소비량은 10.2㎏이다. 국내 인구 5,000만으로 나누면 공급량이 51만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10만톤가량이 부족해 애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13년 전 사과 물량 부족 때문에 지금과 같은 신조어는 나오지 않았다. 이유는 고정공급처가 적었던 시절이었다고 생각된다. 지금처럼 학교급식이나 군부대에 공급되던 군납 물량이 적었던 시기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사과 생산량은 2022년 56만톤 대비 30.3%가 떨어진 39만톤이다. 배 또한 25만톤에서 18만톤으로 27%가량이 떨어졌다.

지난해 사과 수확량이 대폭 줄어든 이유는 봄철 저온과 대표적 병해인 갈색무늬병, 탄저병 발생, 그리고 우박 피해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4월에 꽃이 피는 사과는 전년도에 충분한 양분을 체내에 저장한 후에야 좋은 과일로 탄생한다. 꽃은 대략 7~10일가량 피어 있는데, 이 시기에 바람이 많이 불거나 15도 이하의 낮은 기온이 지속되면 벌의 수정작업이 이루어지지 못하게 되어 열매를 맺지 못한다.

갈색무늬병 등과 함께 수확기를 앞둔 시기 태풍으로 인한 피해 등을 극복하게 되면 쓰가루 등 조생종은 7월 말부터, 추석 사과인 홍로 등 중생종은 8월 말부터 수확을 시작한다. 생산량의 약 65%를 차지하는 대표적 품종 후지 사과가 10월부터 수확된다.

사과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 최근 사과 수입에 대한 문제가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사과는 외래 병해충 유입 위험이 커 반드시 검역 협상을 거쳐야 하는 품목이다. 대표적인 것이 과수화상병이고, 과실파리류, 나방류인데 한 번 발생하면 수출입 문제뿐만 아니라 막대한 방제 비용과 폐원 보상금 등 경제적 피해가 크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 세계 사과 생산량 1위 국가는 중국이다. 생산량 4,050만 톤으로 세계 생산량의 46.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465만 톤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의 사과는 국내 가격의 3분의 1 수준으로 수입될 수 있다.

농업기술원은 도내 사과가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한 2016년부터 병해충 방제 기술과 기후변화 대응 안정생산 연구개발 및 보급 시범사업을 추진해 오고 있다. 연중 발생하는 병해충에 대한 교육과 방제력 배포, 저온·냉해 예방을 위한 미세살수장치, 방상팬을 농가에 보급하였다. 또한 과원의 기계화와 노동력 절감, 병해충 방제를 더욱 쉽게 하려고 미래형 과수 평면수형도 농업인에게 보급 중이다. 이상기상과 병해충 예방을 위해 더욱 연구개발·보급에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사과 가격 상승이 소비자의 주머니 사정을 더 어렵게 하는 시기다. 하지만 기상을 탓하기도, 어렵게 과원을 지키는 농업인에게 책임이 있다고도 할 수 없다. 국내 섭취 과일 중 제일 수요가 많은 사과 산업을 지키는 데는 도민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며, 묵묵히 농업과 농촌을 지키는 농업인에게도 격려와 고마움이 전달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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